지난 5월 ‘동탄 납치살인 사건’부터 6월 ‘대구 스토킹 살인 사건’, 7월 ‘의정부 스토킹 살인 사건’까지, 세 달 연속 스토킹 여성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세 사건 모두 피해자가 수차례 신고를 했음에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해 결국 목숨을 잃었다. 불과 며칠 전에는 1년 반 동안 교제했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성이 지인과 공모하여 성폭행과 불법 촬영을 했다. 제주에서는 6년 동안 교제했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울산에서, 대전에서, 서울에서, 전국 곳곳에서 여성들이 친밀 관계 남성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시정 요구 건수가 지난해부터 사상 최다 규모로 증가하고 있고, 최근 여성 아동·청소년 유괴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성범죄 목적으로 의심되고 있다.
매일, 매 순간 수많은 여성들이 각종 폭력과 범죄에 시달리고 있고, 이러한 여성 폭력 문제는 여성들의 삶의 문제를 더더욱 악화시킨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 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오죽하면 “국가가 공범이다”, “죽어야 끝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주최 “여성들의 삶의 문제 해결하라! 릴레이 오픈마이크”의 3회차 주제는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로, 9월 13일 토요일에 혜화역 인근에서 진행되었다.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여성해방사업팀 팀원 이석훈 동지가 사회를 맡았으며, 참가자들의 발언 영상은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페이스북에 게시될 예정이다.
여는 발언. “여성들은 일자리 문제, 주거 문제 …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반복되는 여성 폭력 문제 때문에 더욱 더 살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여성해방운동형성사업팀 조분이 팀원
여는 발언에서 조분이 동지는 스토킹, 교제폭력, 가정폭력 등 친밀 관계 내에서 주로 일어나는 여성 폭력 문제가 살인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매우 심각한 문제임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회적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몰카’ 범죄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일상이 파괴되었다는 공포를 느낀 기억이 생생하다며, 딥페이크를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가해자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분이 동지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각종 폭력 문제들이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 처지에 놓인 여성들을 일상에서조차 범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받게 하고 있다면서, 여성 폭력 가해자의 확실한 처벌과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제도가 절실하다고 함께 싸우자고 발언했다.
두 번째 발언. “여성들의 목숨을 이제 하나라도 더 잃어서는 안 됩니다. 자살로 잃어서도 안 됩니다. … 이제는 완전히 끝장내야 합니다.”―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회원 심지후 동지
심지후 동지는 여성 폭력 피해가 여성의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 한국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취약국 1위인 점 등 각종 통계들을 통해 한국의 여성 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폭로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도록 내버려두는 국가를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여성들이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줄곧 여성 폭력 문제 해결,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요구하며 투쟁해왔지만 여전히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여성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던 이재명 정부도 윤석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심지후 동지는 여성들이 폭력의 피해를 주장해도 경찰이, 심지어 국가가 피해 사실을 축소하고 외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하며 지금 당장 여성 폭력에 대한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 국가적인 문제로 삼고 여성 폭력 문제를 이제는 완전히 끝장내야 한다고 얘기했다.
세 번째 발언. “결국 피해자가 죽고 나서야 법을 만들 것입니까? … 정부와 국회는 언제까지 피해자들을 죽이고 방관하여 친족성폭력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 할 것입니까?”―공폐단단(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단단한 모임) 활동가 양문 동지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단단한 모임(이하 공폐단단)에서 활동하는 양문 동지는, 개인적으로도 정말 어려웠던 시기에 탄핵 시위를 나갔지만 정권이 바뀐 지금도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의 상황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어 오픈마이크에 나오게 되었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이 심각한 2차 가해에 시달리는 점, 구조적 억압 속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가해자와의 분리나 탈출을 시도하기가 매우 어려운 점 등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문제들을 폭로하고, 피해자가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신고하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는 친족성폭력의 특성상 친족성폭력 공소시효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양문 동지는 친족성폭력 피해자들의 절박한 상황과 요구를 외면하고 방관하는 정부와 국회를 규탄하고,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에 연대와 지지를 청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네 번째 발언. “이제 내 친구들이 죽는게 더이상 보기가 힘듭니다. … 계속 발생하는 여성 폭력, 시스템으로 보호하라!”―현장 발언자 ㅊㅇ 동지
이번 오픈마이크에서도 현장 발언이 있었다. 현장 발언을 신청한 ㅊㅇ 동지는 작년 5월 20대 남성이 교제하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일명 ‘강남 의대생 교제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징역 30년 선고를 받은 것, 최근 일본 도쿄에서 한국인 남성이 교제하던 한국인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하려다 붙잡힌 사건,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 남성의 구금을 요청했음에도 검찰이 기각해 결국 살해를 당한 사건들을 언급하며 여성 폭력에 대한 경찰과 검찰, 법원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ㅊㅇ 동지는 이제 내 친구들이 죽는게 더이상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짧게나마 마이크를 잡았다고 말하며 “저는 정부에 요구합니다. 아마 다음 정부에도 다다음 정부에도 요구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발생하는 여성 폭력, 시스템으로 보호하라!” 라고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현장 발언을 마쳤다.
마무리 발언. “우리는 지금 2018년에 대규모 시위가 있었던 여기 혜화역에 다시 서 있습니다. …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은 더 진전되어야 하고, 더 발전된 토대 위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여성해방운동형성사업팀 김민재 팀장
마무리 발언은 여성해방운동형성사업팀 팀장 김민재 동지가 맡았다. 김민재 동지는 현재 친밀 관계 남성에 의한 살해, 딥페이크 성범죄, 직장 내 성희롱 등 여성 대상 폭력이 그야말로 청년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지만, 청년 여성들은 비상 계엄 이후 투쟁 광장에 쏟아져 나와 결국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렸고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또한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이재명 정권과 여가부를 믿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다시 대규모의 투쟁을 만들어야 하며, 지금의 여성들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어진 대규모 투쟁에서보다 더 나아간 지점에 서 있기 때문에 그때와 같은 방식이 아닌 더욱 진전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민재 동지는 이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해결을 여성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 해결 전반, 그리고 자본주의와 싸우는 투쟁과 결합시켜 힘있게 전개하자고 강조했다.
더 이상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없다, 여성 폭력 문제 당장 해결하라!
이번 3회차 오픈마이크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지금 당장 해결하라!”,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친밀관계 폭력 해결하라!”, “스토킹 처벌과 피해자 보호 강화하라!”, “광장에 나왔던 여성들이 요구한다, 여성들의 삶의 문제 해결하라!”는 구호 외에도 거의 모든 발언자들이 발언 끝에 저마다의 요구를 구호로 만들어 외쳤으며, 못다 한 얘기가 있다면서 다시 나와 발언을 하는 등 참가자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7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여성들의 삶의 문제 해결하라! 릴레이 오픈마이크”는 어느덧 마지막 회차를 남겨두고 있다. 10월 18일 토요일에 동일 장소(혜화역 2번 출구 인근, 마로니에 공원 앞 인도)에서 진행되는 4회차 오픈마이크는 ‘여성들의 삶의 문제 전반’을 주제로 한다. 마지막 오픈마이크인 만큼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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