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붕괴 앞에 더 이상 주저할 시간도, 이유도 없다!

올해 9월에도 기후정의행진이 열리고 있다. 2019년 9월 첫 번째 대규모 기후위기 집회가 열린지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실상은 전혀 바뀌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만 있다. 이제 ‘기후위기’란 말조차 안온한 용어로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기후붕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올여름을 되돌아보자. 폭염은 일상이 되었고,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 열대야 일수는 무려 46일에 달해 1908년 이래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7월경 경북 구미의 한 건설 현장에서는 베트남 출신의 젊은 건설노동자가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9월 20일까지 온열질환자 수는 4,442명에 달했다. 이것은 작년 5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3,704명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폭염도 폭염이지만 하늘이 구멍 난 듯 내리는 무서운 폭우가 일상화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심각한 수해를 입었다. 반면 강원도 강릉은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우리는 기후재난이 일상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기후붕괴의 현실은 더 확연히 확인된다. 2018년 인천에서 열린 IPCC 총회의 특별보고서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이래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기는커녕 2020년 한 해를 빼고는 해마다 증가했다(화석연료 사용 및 산업에서 배출한 전세계 탄소 배출량: 2018년 367억 3천만 톤 ⇒ 2023년 377억 9천만 톤). 한국의 경우에도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미미하게 감축하였을 뿐 여전히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2018년 7억 8,390만 톤 ⇒ 2022년 7억 2,430만 톤).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로 막고자 할 경우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잔여 탄소배출량을 뜻하는 탄소예산은 2018년에 5,800억 톤이 남았다고 보았는데, 올해 6월에 나온 「2024년 글로벌 기후변화 지표」에 따르면 이제는 1,300억 톤밖에 안 남아 3년 후인 2028년이면 모두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막기 위한 시간이 3년밖에 안 남았다는 이야기다. 작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를 넘어서고 말았다.

2018년 IPCC 특별보고서가 세상에 나오고 스웨덴의 한 학생이 “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이래, 기후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였다. 한국에서도 대규모 기후위기 집회가 2019년 이래로 한 해를 빼고는 매년 9월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기만 했고, 우리의 집은 다 불타버려 우리는 오도 가도 못할 신세에 놓일 상황이다. 설령 자신의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현재의 기후운동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하고 있음을 냉철히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더욱 절박한 심경으로 기후붕괴를 막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기후붕괴 앞에 더 이상 주저할 시간도, 이유도 없다!

기후붕괴의 진짜 주범은 자본주의다.

우리에겐 생존의 위협 앞에 어떻게든 기후붕괴를 막아내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 우리는 지구의 기후체계를 회복하여 인류와 뭇 생명이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후위기가 발생하게 된 원인, 그것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진단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어떻게 발생했는가? 인류가 너무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방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이렇게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대량으로 방출된 것은 바로 자본주의 때문이다. IPCC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기후위기가 산업화 이후 인간의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했다고 말하는데, 이 시기는 바로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이렇게 시기가 서로 겹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자본주의는 이윤 추구를 목표로 생산을 하며, 다른 모든 것을 이윤에 종속시키는 생산체제다. 이런 속성에 의해 자본주의는 오로지 생산을 늘리는 것만이 목적이 되는 생산을 위한 생산을 추구하게 된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무지막지하게 소비해왔다. 그 결과가 이제 기후붕괴라는 재앙으로 나타난 것이다.

기후위기가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로 인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방출되어서라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0’으로 만드는 것이 당연지사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가 나온 이후에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어들기는커녕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 이유는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이 무엇인지 명백한데도 자본주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혀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자기 몸이 망가지고 있음에도 약물을 끊을 수 없는 중독자처럼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인류와 뭇 생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체제임을 보여준다.

기후붕괴를 일으킨 주범이 바로 자본주의라는 점, 그리고 이런 기후붕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진 이후에조차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혀 줄이려고 하지 않는 점에서 자본주의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구제불능의 체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붕괴를 막아내기 위해서 기후붕괴의 주범인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 자본주의 철폐 없이 기후붕괴를 막을 수 없다!

이재명 정권의 정책으로는 기후붕괴를 막을 수 없다.

더 이상 주저할 시간도, 이유도 없는 기후붕괴 앞에서 이재명정권은 제대로 된 기후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윤석열정권의 정책을 계승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새롭게 국가결정기여(NDC)를 제출하는 해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기후위기는 가속화하여 기후붕괴로 접어들고 있어 2018년 IPCC 특별보고서가 제시한 감축 목표조차 확실하게 기후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과감한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정권이 마련한 NDC안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최고 65%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65%조차 현재 상황에 매우 미흡한 안인데, 최종 정부안은 65%에 훨씬 못 미치는 안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 외에도 이재명 정권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폐쇄되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대책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해결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정권은 핵진흥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소형모듈반응로(SMR)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정권은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신공항 건설 등 각종 개발정책을 전혀 포기하지 않고 있다. 법원의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이에 대해 항소하였다.

왜 이런 것일까? 바로 이재명정권 역시 자본가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의 주범인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정권 자체가 자본가정권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이 나서 기후위기 해결에 미온적인 이재명정권의 계급적 실체를 폭로하고, 그와 동시에 이재명정권을 압박하여 정부로 하여금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현재의 기후운동은 기후붕괴를 막는데 실패하고 있다.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을 본격화하자!

한국에서는 2019년 9월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대규모 기후위기 집회를 개최한 이래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1년 한 해를 빼고는 매년 9월 대규모 기후위기 집회를 개최했다. 첫 번째 대규모 집회는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라고 주장했고, 이런 메시지에 따라 매년 9월에 열리는 집회들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중적 행동을 조직하기 위한 자리가 되었다. 또한 이 집회들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민중의 인식이 급진화되어 기후위기의 주범인 자본주의를 문제 삼는 모습이 계속 늘어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종 피켓과 발언에서 자본주의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이런 내용에 대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호응도 매우 좋았다. 2022년 기후정의행진 선언문은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기후 위기 시대의 원인이고 현재다”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6년이라는 햇수가 쌓여가는 동안 기후운동은 기후위기를 막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투쟁의 치열함도 약화되고 있다. 기후붕괴의 주범인 자본주의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기는커녕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가 갈수록 기후운동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강조하는 모습이 줄어들더니 올해 기후정의행진 제안서에서는 그러한 언급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기후운동이 올해 상반기 주요한 활동으로 삼았던 공공재생에너지 전환 요구는 대중투쟁을 만들기보다는 국회에 대한 입법청원 운동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9월의 기후위기 집회는 대중적으로 우리가 처한 기후붕괴 상황을 함께 공유하고 최악으로 가고 있는 기후붕괴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벼리는 자리가 되지 못하고, 이제는 때가 되면 열리는 연례행사로 타성화, 관례화되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가 기후정의행진의 기조와 요구에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기후정의운동’에서 즐겨 사용하던, 애매한 ‘체제전환’ 구호조차 올해 기후정의행진에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는 민주주의와 평등에 대한 추상적 미사여구가 대체했다. 이것은 현재의 기후운동이 얼마나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운동에 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주범이 자본주의임이 명백한 이상, 반자본주의를 분명히 하지 않는 기후운동은 기후위기 해결을 지체시켜 갈수록 기후운동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민중의 의식을 급진화시키고 투쟁의지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을 본격화하는 것은 기후운동의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리고 노동자, 민중이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인구의 압도적 다수를 이루고 자본주의의 핵심적 경제관계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이 기후운동의 주체로 서서 자본주의에 맞서 싸울 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형성될 수 있다. 기후붕괴 시대에 지금 우리에겐 더 이상 주저할 시간도, 이유도 없다. 기후붕괴를 막아내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 기후위기의 주범 자본주의와 싸우지 않는다면 기후붕괴는 막을 수 없다. 함께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에 나서자!

– 과감한 탄소배출 감축,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으로 2040년 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자!

– 에너지 산업 국유화와 노동자 통제 실시하라!

–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 고용대책을 마련하라!

– 기후붕괴 가속화하는 공항 건설 및 각종 개발 정책을 중단하라!

– 기후위기의 해결책이 아닌 핵진흥정책을 중단하고 즉각 탈핵에 나서라!

– 4대강 재자연화를 조속히 추진하라!

– 자본주의 철폐 없이 기후붕괴 막을 수 없다!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으로 기후붕괴 막아내자!

2025. 9. 27.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