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쳤던 2020년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만 실물경제와 괴리되어 폭등했던 것, 2022년 길트 금리 급등으로 영국 총리가 사임한 것, 2023년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 관세 부과 정책을 밀어붙이던 트럼프가 지난 4월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13시간 만에 상호관세를 전격 유예한 것… 모두 지금의 자본주의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대의 신용제도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에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에서는 비은행금융기관의 비중 확대, 비대해진 가공자본, 증권화, 국채와 레포, 최후의 시장조성자로서의 중앙은행, 극단적인 수준에 이른 투기성과 기생성, 암호화폐의 투기성과 기생성 등 현대의 신용제도의 다양한 양상을 파악하고, 현대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음을 깊이 있게 인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에서 9월 5일 (금)부터 네 차례에 걸쳐 ‘현대의 신용제도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미나 자료는 매체 『사회주의자』에 성두현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대표가 게재하였던 ‘현대의 신용제도’ 시리즈에 속한 8개 글이었으며 글을 작성한 성두현 대표가 세미나 길잡이를 맡았다. 세미나에는 비상계엄 이후 연대 투쟁을 활발히 하는 청년들,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였으며, 증권화, 국채와 레포 등 평소에 관심이 없었다면 낯설 수 있는 내용이 상당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모두 열의와 흥미를 갖고 끈기 있게 세미나에 참여하였다.
1차 세미나: 비은행금융기관, 가공자본 I
세미나는 9월 5일 간사의 간단한 취지 소개, 세미나 길잡이의 소개 및 인사, 참가자들의 자기소개 시간을 가진 후 진행되었다. 1차 세미나는 「현대의 신용제도(Ⅰ)」과 「현대의 신용제도(II)」를 자료로 하여 진행되었다.
「현대의 신용제도(Ⅰ)」 에서는 은행의 역할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신용제도 전반의 변화 발전을 분석하지 못한 후대의 사람들과는 달리 은행에 국한되지 않고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신용제도 전반이 차지하는 역할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신용제도 전반을 분석한 맑스의 접근법을 적용하여 현대의 신용제도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한다는 점, 오늘날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들이 신용제도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비은행 금융기관(주로 금융 서비스 제공과 자금 관리 등 금융 중개 보조 활동을 담당하는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의 자산이 2019년 기준 전체 금융자산의 49.5%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는 점, 비은행금융기관과 은행은 경쟁적 관계도 있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협조관계, 공생관계를 맺고 있고 이는 SVB 파산 사태에서와 같이 금융 불안정 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 그렇기에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여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본도 포함하는 것으로 금융자본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현대의 신용제도(II)」 부분에서는 가공자본의 개념 및 그 확대를 다루었다. 가령 국가가 국채를 가진 채권자에게 매년 5원을 이자로 지불하고, 평균이자율이 연 5%라면 그 국채는 100원에 매각되는데, 여기서 국가의 이자지불액의 토대라고 간주되는 자본은 사실 환상적인 것, 가공적인 것이지만 모든 규칙적인 주기적 수입은, 평균이자율로 대출된 자본이 낳을 수입이라고 간주됨으로써 평균이자율을 기초로 자본화될 수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가공자본’이 형성된다고 하였다. 주식 역시 가공자본이다. 주식은 투하된 실물자본이나 화폐자본이 아니라 이 자본에 의해 실현될 잉여가치에 대한 소유권 증서에 불과하다. 주식은 실물자본이나 화폐자본과 따로 존재하면서 상품처럼 거래되고 주식의 가격은 현실적인 자본가치와 상대적으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결국 국채나 주식 등 이러한 모든 증권들은 미래의 생산에 대한 누적된 청구권, 법률적 권리를 사실상 대표할 뿐이고 그들의 화폐가치 또는 자본가치는 국채의 경우처럼 자본을 전혀 대표하지 않거나 또는 그들이 대표하는 현실적 자본가치와는 무관하게 결정된다.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이들 가공자본들은 상품으로 거래되고 대규모로 증가하고 축적된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에서 가공자본의 규모는 엄청나게 비대화되었는데, 실제로 세드릭 뒤랑(Cédric Durand)의 연구에 따르면 가공자본의 기본 형태들―사적 부문 신용, 공공부채, 주식시장 자본화―의 규모는 1979년 GDP 대비 151%에서 2014년 358%로 30여 년 만에 2.5배로 증가했다. 실제 생산된 부의 양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세미나 내용에 대해 레포의 개념, 국채가 안전하다고 하는 이유, 레포가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이 관계 맺는 통로가 되는 이유, 이재명정권이 주가가 우리나라 기업의 실제 가치를 반영하게 하면 코스피 지수를 5,000으로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이 틀린 이유 등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토론 주제로는 은행 중심으로 보았을 때 현대의 신용제도를 파악하기 어려워진 이유, 가공자본을 통해 자본이 마치 자기 힘으로 증식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현상이 더욱 강화되는 이유, 가공자본의 가격의 운동이 실물 자본과 독립적이라는 것의 의미 등이 다루어졌다.
2차 세미나: 가공자본 2, 증권화
2차 세미나는 「현대의 신용제도(Ⅱ)-②」과 「현대의 신용제도(III)」를 자료로 하여 진행되었으며 가공자본의 비대화를 지탱하는 것이 국가와 중앙은행이라는 점 및 증권화를 주제로 다루었다.
「현대의 신용제도(Ⅱ)-②」에서는 앞서 살폈듯이 가공자본의 규모가 실제 생산된 부의 양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시장만의 운동으로는 설명될 수 없고 국가와 중앙은행이 경제에 특히 금융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구조화하였기 때문임을 짚었다. 이런 개입의 사례로는 주식가격의 하락 폭에는 제약을 가하고 이와 달리 주식가격의 상승에는 장애물을 두지 않는 비대칭적인 통화정책이 있다. 이는 ‘금융 우위’라 칭해진다. 이것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세계대공황과 2020년 세계대공황에 대한 자본가정부들과 중앙은행들의 대응이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에서 은행을 통해 예금인출 사태에 대응하는 전통적인 최후의 대부자(LOLR: Lender of Last Resort)로서의 역할에 더하며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최후의 시장조성자(MMLR: Market-Making of Last Resort)가 강조되고 있다. 자산가치의 폭등은 새롭게 창출된 가치가 줄거나 얼마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노동자, 민중의 몫이 일부 소수의 층으로 이전된 것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결국 사회적 불평등의 급격한 악화다. 국가와 중앙은행들은 노동자 민중을 희생시키며 노골적으로 금융자본의 이익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이 이익이 훼손되지 않고 보장되도록 모든 경제정책을 이 방향으로 몰고 간 것이다.
증권화는 부동산담보대출, 회사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매출채권 등과 같이 현금을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이 한 묶음이 되어 거래가능한 증권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증권화는, 대출자인 오리지네이터가 만기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채무증서를 팔아 현금을 다시 확보해서 새로운 대출을 할 수 있게 되고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더 다양한 투자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증권화는 오리지네이터가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특수목적회사에 곧 넘기기 때문에 가령 모기지 등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게 만들고 대출기준을 낮추게 하여 매우 위험한 대출에 나서게 만드는 등 부정적 효과도 만들어낸다. 미국을 중심으로 증권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정부후원기관들이 모기지 담보 증권(MBS)을 발행하기 시작했지만 1970년대 후반에는 사적 기업들도 MBS 발행을 시작했고 이들은 부적합 모기지나 장비리스, 자동차대출, 신용카드채권, 학자금대출 등까지 증권화하기 시작하면서 사적 대출자의 비중이 커졌다. 이렇게 리스크가 더 높은 대출이 이루어지면서 대출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령 사적 대출자들은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서브프라임 채무자 등에게까지 대출을 늘려나갔다. 상품 내용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투자자들은 점차 신용등급에 의존하여 투자를 결정하게 되었는데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신용평가기관들도 결국 수수료 수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등급을 실제보다 좋게 평가해주었다. 또한 증권화는 여러 부분과 관련자의 상호 관련성을 높여 한 부분의 충격이 다른 곳으로 쉽게 전파되게 했다. 결국 미국 주택시장에서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잘 알려진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모기지 대출 인수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의 붕괴가 발생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인용문에 언급된 ‘풋’ 등의 용어의 의미, 증권화가 이루어지는 메커니즘 등의 질문들이 나왔고 토론 시간에는 가공자본의 비대화가 정부와 중앙은행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점, 최근 국가와 중앙은행의 가장 핵심적 역할이 유동성 공급이라는 점, 자동차 대출 등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채권조차 증권화되는 ABS는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도록 유혹해서 그것으로 부자들이 돈을 버는 것으로, 가난을 토대로 한 부의 축적이라는 점 등이 이야기되었다.
3차 세미나: 국채와 레포, 최후의 시장조성자로서의 중앙은행
이어서 3차 세미나는 「현대의 신용제도(Ⅳ)」, 「현대의 신용제도(V)」를 자료로 하여 진행되었다.
「현대의 신용제도(Ⅳ)」은 국채와 레포에 대해 다루었다. 국채는 한 나라의 정부가 정부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무증권을 말한다. 현대 자본주의 금융에서 국채시장은 핵심시장 역할을 한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국채는 투자자들에게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생각되고, 그래서 가장 쉽게 현금화될 수 있어 유동성이 매우 높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국채가 회사채, MBS 등 다른 자산의 가격을 매기는 데서 기준점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현대 자본주의 금융에서 두드러지게 증대된 국채의 역할은 담보로서의 역할이며 국채의 담보로서의 역할은 레포시장의 비중이 급격하게 증대되게 된 토대를 형성하였다.
레포(repo)는 영어 ‘repurchase agreement’의 약어로 환매조건부채권으로 번역되는데 한쪽이 다른 쪽에 일정기간 후, 보통 하루만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을 말한다. 이때 채권은 담보의 역할을 하며 여기서 주로 국채, MBS가 담보로 사용된다. 레포는 단기금융에 주로 사용되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용이하게 한다는 특성을 가지며 은행 예금을 통한 기존의 전통적 방식의 자금 조달을 벗어나는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비은행금융기관의 비중 증가와 직결되어 있다. 또 레포에서 국채가 담보 역할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레포의 발전과 국채시장의 증대되는 역할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레포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초래하여 위기 시에 급격한 디레버리지, 레포 금리 급등을 초래하여 위기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2008년, 2019년 9월, 2020년 3월에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 레포는 위기시 위기를 곳곳으로 전파하는 도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위기 시 중앙은행이 마치 소방수와 같이 빠른 속도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해지는데 이것이 최근년에 중요해진 중앙은행의 ‘최후의 시장조성자’ 역할이다. 「현대의 신용제도(V)」은 이에 대해 다루었다. 과거에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이 은행들에 대한 긴급 대부로 예금자들의 패닉상태를 잠재우고 뱅크런을 중단시키는 ‘최후의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10여년의 기간 동안 위기가, 은행들이 무능하여 예금의 인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에 의해서보다 다른 경우에 의해 더 발생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상업은행들을 통해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붕괴된 시장을 회복시킬 수 없고, 위기 발생 시 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국채, 회사채 등을 매입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졌다. 이것이 ‘최후의 시장조성자’ 역할이다. 최후의 시장조성자로서의 중앙은행의 역할이 최근 금융담론에서 강조되어 온 이유는 지난 10여년간 자본주의 금융체제가 은행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금융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위기의 발생 양상이 과거와 달라져서 상업은행들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후의 시장조성자로서의 중앙은행 역할론은 매우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 첫 번째로 이 역할론은 중앙은행이 노골적인 사적 이익을 위해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려 한 개인이나 회사 등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해 주어야 할 근거를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아서, 스스로 경계한다고 말하는 도덕적 해이를 매우 심각하게 조장한다. 두 번째로 이 역할론은 자본주의적 금융의 모순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증폭시켜 문제를 확대한다. 이 역할론에 따른 실행은 실물경제와 크게 괴리된 자산가격의 고공행진을 초래하는데 이는 매우 인위적인 것으로 무한정 계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품이 꺼져 자산가격이 붕괴하면 국가와 중앙은행들은 또 다시 대규모 유동성을 투입하여 위기를 덮어 버려 장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병존하게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 것이다. 이는 결국 역사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환상적인 해결책에 불과했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는 레버리지, 디레버리지 등 여러 용어의 뜻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토론 시간에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이데올로기 자체가 노골적으로 금융자본을 위한 역할을 정당화하고, 여기에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지금 파월 연준 의장이 트럼프와 대립하며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사실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 미 연준이 9월 17일 결국 기준금리를 0.25%p 낮췄는데 이는 경기는 침체되고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 비은행금융기관인 블랙록이 갖고 있는 자산이 12조 달러에 육박하는데 매우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고, 로비를 통해 규제도 피해가고 있어서 이런 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이야기되었다.
4차 세미나: 현대의 신용제도는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투기성과 기생성을 만들어 내었다, 극단적인 수준에 이른 자본주의의 투기성, 기생성이 암호화폐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시간이었던 4차 세미나는 「현대의 신용제도(VI)」, 「현대의 신용제도(VII)」를 자료로 하여 진행되었다.
「현대의 신용제도(VI)」에 따르면 현대의 신용제도는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투기성과 기생성을 만들어 내었다. 맑스는 『자본론』 III권에서 신용제도가 자본주의의 발전의 추진력으로서 역할하는 것과 동시에 투기를 증폭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하였다. 신용은 개별자본가에게 일정한 한계 안에서 타인의 자본과 재산, 그리하여 타인의 노동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제공하고 이와 같이 사회적 자본의 큰 부분이 그것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기 때문에 투기가 증폭된다. 결국 신용제도는 자본주의를 해체하는 요소들을 촉진하고 결합노동의 생산양식으로의 이행과정에서 강력한 지렛대로 역할 한다. 이는 현대의 신용제도에 있어서도 적용된다. 우선 비은행 금융기관이 급속히 성장했는데 비은행 금융기관은 은행에 비해 통제를 적게 받기 때문에 더 투기적인 행동에 많이 나서게 된다. 또 현대 자본주의에서의 국채, 주식 같은 가공자본의 발흥은 투기가 활개칠 수 있는 광대한 공간을 형성했다. 가공자본의 가격은 변동성이 매우 높아서 투기의 대상이 되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거액의 이자 낳는 자본이 가공자본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특히 현대 자본주의에서 가공자본은 현기증 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했고, 이는 자본주의의 투기성을 급증시켰다. 실물경제가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것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중앙은행들이 인위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가공자본의 유동성을 보증해주었기 때문이다. 한편 증권화 역시 대출자(오리지네이터)로 하여금 더 위험하고 투기적인 대출을 하게 유도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증권에는 다양한 층이 포함되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부분에의 투기적 투자를 유발한다. 또 레포도 자본주의의 투기성 증대에 많은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레포는 급속한 레버리지와 유동성 확보의 증대를 가능케 하고, 유동성 확보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투기꾼들로 하여금 공매도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투기를 증폭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 10여년 동안 자본주의 금융체제는 은행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게 되어 금융불안정성이 증폭되었다. 이 때문에 위기의 발생양상이 과거와 달라져 중앙은행의 역할도 상업은행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는 ‘최후의 대부자’에서 직접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최후의 시장조성자‘로 바뀌었다. 국가와 중앙은행들은 인위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가공자본의 유동성을 보증함으로써 극단적인 수준에 이른 자본주의의 투기성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막대한 부가 다수로부터 수탈되어 소수의 자본가, 자산가의 몫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렇게 현재 극단적인 수준에 이른 자본주의의 투기성, 기생성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 등 이른바 암호화폐인데, 「현대의 신용제도(VII)」은 암호화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트코인은 결제수단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고 대신 가격 변동이 매우 커서 투기자산으로서 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며, 대신 투기의 대상이 되기에 좋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화폐는 금처럼 그 자체가 상품으로서 노동생산물이거나, 지폐처럼 화폐상품을 대신하는 것으로 국가에 의해 강제통용력이 부여된 상징물이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둘 중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노동생산물이 아니어서 가치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화폐가 아니다. 그렇다고 지폐처럼 국가에 의해 강제통용력이 부여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점에서도 화폐가 아니다. 대신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례없이 투기성이 강한 투기자산이 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비트코인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으로는 현대의 신용제도가 이미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투기성, 기생성을 만들어 내어 비트코인이 출현하고 유례없이 투기성이 강한 투기자산이 될 수 있게 하는 토양을 형성한 점, 이미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 자본주의의 기득권체제와 융합한 점을 들 수 있다.
질문으로는 자기자본이 아니라 사회자본에 대한 처분권이 자본가에게 사회적 노동에 대한 지배력을 준다는 것의 의미, 신용제도가 결합노동으로의 생산양식의 이행과정에서 강력한 지렛대로 역할 한다는 것의 의미, 레포가 투기꾼들로 하여금 공매도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의 의미 등등이 나왔다. 토론 시간에 성두현 대표는 신용제도가 투기를 조장하나, 투기의 극단화는 동시에 자본주의의 발전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해서 양면성이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금융 통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투기가 극단화될 수밖에 없는 뿌리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는 것이기에 금융 통제 정책을 쓴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횡행 등을 볼 때 자본주의가 상승하는 국면이 이미 끝났고 자본주의는 몰락기로 들어섰고, 전쟁의 비합리성 및 위험성의 고조, 자본주의 상승기에 부흥했던 미국, 유럽 등이 이제 하락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 심각한 생태파괴 등도 자본주의가 몰락기로 들어섰음을 시사한다고 하였다.
현대의 신용제도를 통해 현대의 자본주의의 특성과 역사적 위치를 이해할 수 있었던 세미나
이번 현대의 신용제도에 관한 세미나는 레포, 증권화 등 낯설 수 있는 개념들이 다수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모두 상당한 열의와 흥미를 갖고 끝까지 세미나에 성실하게 참여하였다. 마지막 시간에 참가자들은 이번 세미나가 매우 유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용어는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밝힌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현대의 신용제도와 관련하여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각종 개념들을 학습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에서 신용제도가 극단적인 투기성과 기생성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이유와 현 시기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몰락기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의 신용제도에 관한 세미나는 현대의 신용제도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특성과 그 역사적 위치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에서는 이와 같은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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