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11월 25일(수) 저녁 7시 30분 서울 대림동에 위치한 공공운수노조 교육장에서 ‘해고 금지와 일자리 확보 요구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날은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속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는 날이어서 많은 동지들이 참석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었는데, 그럼에도 20여명의 동지들이 모든 책상을 한 칸씩 채우고 앉아 알찬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토론회 자료집은 기사 위 링크를 참고하세요)

시작시간이 7시 30분으로 다소 늦은 관계로 정확히 7시 30분에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근행 추진위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대공황으로 곳곳에서 대량해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다보니 해고를 막아내는 투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해고를 막고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시급히 투쟁방향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토론회를 개최하는 취지를 밝혔다.

주발제, 보조발제, 토론문 발표

추진위 간사인 황정규 동지가 ’모든 해고 금지, 안정적 일자리 확보를 위해 자본주의체제와 싸우자!’는 제목으로 주발제를 진행했다. 황정규 동지는 먼저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는 일은 사회에서 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며, “따라서 해고 금지와 일자리 확보는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제1의 요구라 할 수 있다”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해고, 실업, 비정규직화의 주범은 바로 자본주의 체제’라고 하면서, “(자본주의는) 이윤이 생산의 목적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오히려 실업이 늘고 비정규직이 양산된다”는 점을 설명하였고, 특별히 현재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되고 있는데, 이또한 자본주의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발제자는 2020년 세계대공황이 발발하면서 대량해고가 발생하고 노동자의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유행이 경제위기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실업률 등의 고용통계와 한국게이츠, 이스타항공, 대우버스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량해고 사태의 예를 들며 설명했다. 그리고 안정적 일자리 확보를 위한 노동자계급의 요구로 △해고 금지, △비정규직 철폐, △공공부문의 대폭적인 확대를 통한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창출, △주30시간으로의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했다. 특히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한 과정으로써 ‘2년 내 비정규직 비율 20%로의 축소’ 국민투표를 예로 제시하기도 했다. 발제자는 마지막으로 몇 가지 지점을 강조하였는데, 그 내용은 첫째 노동자의 싸움이 자본주의 체제와의 투쟁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 둘째 현 정세가 ‘코로나19 위기’가 아닌 자본주의 세계대공황 정세라는 점, 셋째 안정적 일자리는 사회가 만들면 생긴다는 점이었다. 이것 현재 노동운동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내용일 것이다.

주발제에 이어 심지후 추진위원이 ‘세계대공황 시기, 모든 해고 금지를 요구하며 싸움을 만들어나가자’는 제목으로 보조발제를 진행했다. 심지후 동지는 왜 자본가들이 공황을 공황이라고 부르지 않는 경향이 있는지 이야기하고, ‘코로나21 위기’로 부르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약화시키고,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뿐이라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공황이라는 용어가 불황으로 대체되고, 불황이라는 단어는 경기후퇴라는 단어로 대체되기도 했는데, 이는 경제위기의 원인을 숨기고 순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코로나21 위기’라는 규정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고 설명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심지후 동지는 본인 스스로가 예술공연노동자로 생계를 위협당하고 있는 현실, 아시아나KO투쟁 연대의 경험을 말하며 해고 금지를 요구하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번째 토론자로 이스타 항공조종사지부 공정배 부지부장이 발언을 이어나갔다. 공정배 동지는 이스타 항공 투쟁 경과를 상세히 설명한 후, 이스타 항공 사태의 주범이 이상직이라는 점을 얘기했다. 이스타 항공은 비상장회사인데, 이로 인해 회계가 불투명해 1,174억에 달하는 결손금의 행방이 모연하다며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현재 정부와 여당의 무관심으로 사태가 더 악화되고 있다며 국유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는데, 200억만 투자하면 충분히 국유화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국유화를 위한 공대위도 출범하였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현재 이스타항공에서 해고당한 조종사 노동자들이 화물운송 항공사인 에어인천에 기존의 조종사들을 밀어내고 급여 50% 계약직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항공산업에 비정규직을 밀어넣고 있는 현실이 마치 세월호 때를 보는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에 분개하기도 했다.

두번째 토론자로 나선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 지회 임권수 지회장은 토론문 작성하는데 시간이 부족해 앞뒤 맥락이 일관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양해를 구하고, “세계대공황을 맞이한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동자의 싸움이 자본주의 체제 전체와의 싸움으로 진행시키자는 노동자 투쟁전선의 확장 제안에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토론문을 작성했다고 했다. 임권수 동지는 자본주의가 문제인데, 현장노동자들은 ‘자본주의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그냥 삶’이라면서, 현장의 상황을 소개하고, 비정규직을 20%로 축소하자는 발제문의 제안에 대해 약간의 의문을 표하며, 불법파견 문제부터 제대로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엠자본에 대해서는 GMAC이라는 금융자회사의 존재, 니콜라에 투자를 하는 등의 사례를 들며 주로 금융투기를 통해 이윤을 벌어들이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전기자동차, 무인자동차 등이 노동자를 더 고용불안으로 내쫓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호 토론, 주제별 토론

이어진 발제자, 토론자와의 상호토론에서는 먼저 발제자인 황정규 동지가 토론문에 대한 의견을 간략히 얘기했다. 공정배 동지의 토론문에 대해서는, 어려운 투쟁을 하고 있는데 제대로 힘을 보태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면서, 이스타 문제는 이상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가와 국가가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권수 동지의 토론문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20%로 축소하자는 국민투표가 비정규직 철폐의 문제로 확산시킬 것이라면서 그 의미를 다시 설명하였고, 지엠의 금융투기화에 대해서는 금융투기화보다는 자본주의에서 만들어진 과잉생산체계가 근본 문제라고 덧붙였다. 심지후 동지는 내가 살 길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얘기했다. 공정배 동지는 정경유착이 정말 문제라고 하면서, 여당 국회의원과 이상직이 “잘 견뎌”(여당 국회의원), “민노총과 투쟁중입니다”(이상직)라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항공사 노동조합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아직도 ‘노조=빨갱이’라는 인식을 가진 노동자들이 있고, 어용노조가 버젓이 존재하고, 벌점 하나에도 노동자들이 부들부들 떤다며 노동조합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2008년 세계대공황 당시 한성항공에서 해고되었는데, 이번에 또 당했다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주제별 토론에서는 △ 자본주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 왜 중요한가, △ 이스타 항공 문제의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 비정규직 철폐를 다시 이슈화시킬 방법은 무엇인가 세 가지가 제시되었다.

‘자본주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 황정규 동지는, “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자본주의를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분명히 인식하면 투쟁방향과 내용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반자본주의 투쟁도 노동자의 현실 투쟁과 분리된 것이 아니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의견을 밝혔다.

이스타 항공 문제에 대해 공정배 동지는 항공사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노동자들끼리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싸웠는데, 지금 제주항공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이 끝나면 해고가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우리와 같이 투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자기 발등에 불이 안떨어져서 연대투쟁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노동자들도 자신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결국 투쟁의 대열에 들어설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비정규직 철폐를 이슈화하는 것에 대해서 황정규 동지는 “문재인 정권이 초기 ‘비정규직 제로’를 외친 것은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노동자들의 공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국민투표가 그런 공감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발제문에서 제안한 내용에 대한 부연설명을 했다.

청중과의 토론

청중과의 자유토론시간에서는 주로 해고 금지와 일자리 확보 요구에 관한 의견, 제안들이 나왔다. 청년사회주의자모임 운영위원장인 김민재 동지는, “현장 상황이 어렵고 팍팍한데, 자본주의 투쟁대상을 명확히 하면 힘을 받을 수 있다” 그 이유를 두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토론할 때 이스타 항공 이상직의 문제나 지엠에서 전기차 문제가 나왔는데, 이것은 다 자본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하면 더 큰 노동자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로 자본주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안을 내세울 수 이겠는가? 자본주의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하면, 대공황도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러면 고통분담을 몇대몇으로 할 것인가와 같은 소극적인 방식이 될 뿐이다.”면서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을 왜 필요한지 의견을 밝혔다.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장인 성두현 동지는 공정배 동지에 대해 “실제적이고 절절한 이야기를 잘 들었다”며, “보통 자본가들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항상 무시하는 것은 아닌데, 이스타에 대해 하는 것을 보면 악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한 “다른 쪽(제주항공 등)은 해고 절차를 밟았는데, 이스타는 하나도 한 것이 없다는 점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어려운 상황인데도 말씀에 여유가 있는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성두현 동지는 “아시아나 인수 건이 생기면서 움직임이 없다가 생기고 있고, 앞으로 큰 전선이 생길 것이다.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이 인수하면 대한항공도 망할 상황이다. 국유화를 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대한항공에 떠넘겼다. 같이 투쟁할 수 있는 계기가 앞으로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노조나 단체에서 전선을 많이 쳐야 할 것 같다. 집권당은 정책을 내지 않고 있고, 산업은행은  아시아나에 대해서 위험한 정책을 쓰고 있다. 노조 뿐만 아니라 단체들이 전선을 쳐서 공격을 해야 될 것이라 본다. 공공운수노조 선거중인데, 항공 쪽 내용이 하나도 없다. 현안문제에 대한 얘기가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비판하면서 해야 한다. 오늘 토론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해야 하는 것인데, 책임질 수 없어서 안하고 있는 것 같다. 직무유기다. 이런 상황을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 참여자는 “지엠도 국유화를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는 의견에 이어, “국민투표 하자고 하면 이것에 반발하는 세력이 나올텐데,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옥석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라며 비정규직 국민투표에 호응하는 발언을 하였다. 또 다른 참여자는 건강보험공단 퇴직자라고 소개하면서 “4대보험징수통합 투쟁을 한 경험이 있는데, 이후에 여러가지 경로로 연대투쟁을 만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리발언

토론회는 마지막 정리발언으로 마무리되었다. 임권수 동지는 “경제전문가들은 2008년도 경제대공황이 왔다고 하는데, 지금은 트럼프 등 정권이 연착륙으로 간신히 이어오고 있다. 지금이 2008년보다 더 심각하다. 2008년에는 ‘월가를 점령하라’, ‘자본주의는 끝났다’, ‘우리가 99%다’ 이런 구호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외쳐지지 않고 있다. 토론 속에서도 나왔지만,  코로나 위기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서 그렇다고 본다. 저는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의식을 가지고 선전 조직을 해야 될 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토론회의 핵심을 요약하는 정리발언을 했다. 이어 공정배 동지는, “비정규직 철폐 주제가 있었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철폐되어야 한다. 김대중 정권 때 만들어졌는데, 맛을 들여 놓으니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기자회견을 다녀왔는데, 경찰들이 너무 적극적으로 달려들더라. 도대체 더불어민주당은 뭐하는 사람들인가? 촛불들고 나라 바꿨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더하고 있다. 표는 노동자들에게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를 무시하고, 자본가들과 결탁하여 움직이고 있다. 두 번 해고가 되니 투쟁해도 안되는구나가 아니라 오기가 생겨서, 앞으로 더 적극 투쟁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심지후 동지는 “문재인 정권에 실망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인식을 하고, 타격점을 명확히 자본주의로 잡고 싸워나갔으면 한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고, 황정규 동지는 “뜻갚은 자리였다. 이런 얘기가 많이 안나오는데 논의를 촉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공정배, 임권수 동지께서 토론회에 응해 주어서 감사하다. 지금이야말로 자본주의와 싸울 수 있는 호기이다. 자본주의와 싸우는데 앞장서 나가겠다.”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