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정권 퇴진 집회에 청년 여성층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청년 여성층이 광장에 나오는 중요한 이유는 윤석열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 것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이제껏 악화되어온 삶의 문제다. 청년 여성들은 물가폭등, 일자리, 주거 등 안 그래도 팍팍한 삶 속에서 각종 성차별, 여성 대상 폭력 문제로 인해 더 열악한 조건에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년 여성들이 겪는 이런 삶의 문제들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주거문제다. 특히 1인 가구로 혼자 사는 청년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1인 가구 청년 여성들은 여성 대상 주거침입 범죄 우려로 인해 안전해야 할 집에서도 불안에 시달리고, 집을 구할 때 후미진 곳이나 1층 등을 피하느라 안 그래도 전월세가가 높은 상황에서 더욱 가중된 주거비 부담을 겪는다.

이에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는 1인 가구 청년 여성들이 겪는 이러한 주거안전 문제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1월 24일 “내가 혼자 사는 여자가 아니었다면” 수다모임을 열었다. 발제자는 여성해방운동 형성 사업팀의 조분이 팀원이, 사회자는 이석훈 팀원이 각각 맡았다. 수다모임은 다양한 배경의 1인 가구 청년 여성들이 모인 가운데 활기차게 시작되었다.

조분이 발제자의 발제: 혼자 사는 ‘여성이라서’ 겪어야 했던 일들

조분이 발제자는 스스로 올해 막 30대가 된, 목포에 거주 중인 청년 여성이라 밝히며 스무 살 때 대학가에 있던 작은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한 후 20대 후반까지 쭉 월세살이를 하다 현재는 자취 생활을 포기하고 고향에서 가족과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발제자는 자신과 주변의 여성들이 자취를 하는 과정에서 ‘여성이라서’ 겪어야 했던 여러 불편한 경험들을 이야기하였다. 빠듯한 예산에 월세가 비교적 저렴한 집을 구하려고 하면 주변에 상가나 가로등도 없이 어둡고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집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공포심이 들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경우가 많고, 실제로 안전이 위협당하는 일을 겪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발제자는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치안이 좋은 동네로 가서 월급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월세로 지출하며 사는 친구의 사례, 여자 혼자 사는 것을 숨기기 위해 현관에 일부러 남자 신발을 두거나 택배나 배달 음식을 수령할 때 기사님이 가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받거나 새벽에 집을 착각한 이웃이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에 숨죽이고 불안에 떨었던 경험 등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발제자는 여성 청년 1인 가구가 남성에 비해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무려 11.226배 높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이것이 비단 본인과 주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혼자 사는 여성들이라면 대부분이 겪는 문제라고 하였다. 치안이 좋고 안전한 집을 구하려면 주거비를 그만큼 더 지출해야 하고, 이 때문에 여성들은 이미 집값 자체가 비싼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쥐꼬리만한 월급의 상당 부분을 마치 ‘목숨값’을 지불하듯 안전한 집을 위해 지출하게 된다고 발제자는 지적했다. 발제자는 통계청 연구에 나온 자료를 가지고 계산했을 때 실제로도 2018년에 30대 남성 1인 가구와 여성 1인 가구의 월 임대료 지출을 비교하면 여성이 주거비로 170,000원 가량을 남성보다 더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런데도 과연 여성들이 겪는 주거 문제가 개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발제자는 “제가 혼자 사는, 혼자 살고 싶은 여성이 아니었다면 이런 고민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요?”라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하며, 최근 윤석열정권 퇴진 집회에 청년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런 만큼 청년 여성들이 겪는 이러한 주거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앞으로 광장에서 활발하게 나오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지칠 줄 모르고 터져 나온 1인 가구 청년 여성들의 이야기

발제를 마치고 참가자들의 자유 토론이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은 1인 가구 청년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배경이나 삶의 경험이 각기 다양했지만, 자유 토론이 시작되자 곧 그런 점이 무색하게도 “혼자 사는 여성이어서” 겪어야 했던 공통적인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터져 나왔다.

우선 참가자들은 여성들이 집을 구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였다. 공인중개업자들이 젊은 여성이 혼자 집을 보러 오면 무시하는 태도로 대하다가 아버지나 중년 남성을 동반하면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 화가 났다는 이야기, 자취방을 구할 때 CCTV, 관리실의 존재 등 안전 관련 조건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때마다 월세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고 결국 빠듯한 예산 하에서 안전한 집을 택하느라 학교에서 먼 거리의 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등이 이어졌다. 나아가 참가자들은 각자가 혼자 살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위험을 겪거나 불안을 느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반지하에 거주하던 경험을 이야기한 한 참가자는 집 근처에서 속옷 바람으로 흡연하는 중년 남성 때문에 힘들었으며, 반지하 구조의 특성상 창문으로 주거침입이 용이하여 늘 불안했다고 이야기하였다. 자취를 시작할 때 시간과 비용이 빠듯하여 어쩔 수 없이 4평짜리 반지하 원룸에 살게 되었는데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겪어 나오게 되었고, 현재는 고지대에 있는 연식이 오래된 집에 살고 있는데 공동현관문도 없는 등 안전이 우려되어 매일 이사를 고민한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나아가 남자 동기들이 같이 살고 있는 자취방에 놀러 갔는데 구조가 매우 개방적인 대신 월세가 저렴했고, 그것을 보고 나도 남자였다면 월세가 저렴한 개방적인 집에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 택배를 받을 때마다 배달 기사님이 가신 것을 확인하고 문을 여는데 한 번은 오토바이가 출발하는 소리가 나지 않아 확인해보니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 집주인이나 집주인의 가족이 마스터키를 갖고 있어서 주거침입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점을 보면 여성들의 주거안전 문제는 개인이 조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층을 선택하게 되면서 방범창 용도의 나무 패널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채광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 집을 착각한 이웃이 집 문고리를 돌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격심한 공포를 느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불안감 자체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들이 있다.”, “안전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말에 참가자들은 공감하였다.

이러한 주거안전 문제 때문에 안 그래도 낮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월세로 지출해야 하여 주거비 부담이 극심하다는 데 참가자들은 공감했다. 성별임금격차로 인해 여성들이 급여는 남성보다 더 적게 받는데 주거비는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와 관련해서 안전 문제와 함께 비싼 월세를 나눠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파트너와의 동거를 선택했다는 이야기, 갑작스럽게 발생한 주거지 관련 문제로 인해 교제하던 남성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평등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져서 불편을 겪었다는 이야기, 여성들이 가정폭력이나 교제폭력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주거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비수도권은 수도권보다 주거비는 적게 들지만 청년 여성을 위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일자리를 구하려면 수도권으로 올 수밖에 없는데 수도권의 전월세가는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월 170만 원 정도를 벌면서 60만 원을 월세로 지출하는 사례, 월 70만 원을 벌면서 45만원을 월세로 지출하는 사례 등이 거론되었다. 한 참가자는 “다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데, 이제까지 자취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보니 공통되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주거안전 문제 및 이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상당수 1인 가구 청년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로서 반드시 사회적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주거정책에서 청년에 대한 지원,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등은 있지만 ‘1인 가구 청년 여성’에 대한 지원 제도는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 청년기 이후 1인 가구 여성에게는 그야말로 아무런 지원 제도가 없어 ‘블랙홀’과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바로 이런 현실이 2019년, 2020년 청년 여성의 자살률 증가로 이어졌던 것이며,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는 한 참가자의 이야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사는 여자”들의 주거문제에 대한 분노와 공감을 나누고, 해결을 위해 함께 나설 필요성을 확인한 자리

자유토론은 열띤 분위기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고, 어느덧 수다모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발제자는 마무리 발언에서 1인 가구 청년 여성들이 여성 대상 폭력 범죄로 인해 공통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주거문제에 대한 분노와 공감을 오늘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령 청년 여성에게 주거안전보조금을 월 20만 원씩 지급하라는 요구를 제기하는 등으로 함께 나섰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내가 혼자 사는 여자가 아니었다면” 수다모임은 청년 여성들이 겪는 주거안전 문제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고, 심각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자, 이 문제에 대한 청년 여성들의 분노와 해결을 위한 열망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높은 주거비 문제가 여성에 대한 폭력, 차별과 결합되어서 여성들의 먹고 사는 문제, 삶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이 드러났다. 각기 다양한 배경과 삶의 경험을 지닌 참가자들은 “혼자 사는 여자”라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주거문제에 대한 분노와 공감을 나누며 향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함께 나서야 할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는 앞으로 광장을 포함한 다양한 곳에서 청년 여성들의 주거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가 적극적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