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우리에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여름철 엄청난 수해가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하늘에서는 구멍이 뚫린 듯 장대비가 쏟아지고 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생물종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와 동시에 겨울과 봄에는 지독한 가뭄으로 먹을 물마저 말라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재난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 전세계가 폭염과 폭우, 산불로 시름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재난 속에서 이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한여름 폭염을 버틸 생각에 마음이 짓눌리고 혹여 유례없는 자연재해의 피해 당사자가 될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재난상황에 처해 있다. 기후위기가 이 재난을 만들었다.

2018년에 나온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막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완전히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것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그 사이 기후재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2023년 3월에 최종 승인된 IPCC 제6차 보고서는 2021년~2040년 안에 기온이 1.5℃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세계기상기구는 향후 5년 이내에 적어도 한 해 동안 세계 평균 기온이 1850~1900년 평균보다 일시적으로 1.5℃를 초과할 확률이 66%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5℃라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우리의 마지노선이 붕괴되기 일보직전에 놓인 것이다. ‘코드 레드’, ‘끓는 지구의 시대’와 같이 기후위기를 표현하는 말들은 갈수록 험악해져만 가고 있다. 기후위기 앞에 우리에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런 기후위기 속에서 기후운동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4년 전 그레타 툰베리는 금요일 학교 파업에 나서며 “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다”, “과학에 귀를 기울이라”고 외쳤고, 이러한 외침은 전 세계적으로 큰 호소력을 얻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행동이 늘어갔다. 이에 발맞춰 한국의 기후운동도 크게 성장했다. 2019년 9월 21일, 전세계적 기후파업 물결 속에서 한국 최초의 대규모 기후위기 집회인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가 개최되어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작년인 2022년에는 9.24 기후정의행진이 열려 3만여 명이 참석했다. 객관적인 기후위기 상황과 그에 대한 대중의 인식 자체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을 추동할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기후운동의 성장에 마냥 만족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의 운동은 성장했지만 기후재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1.5℃ 기온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에게 남은 기회는 많지 않다. 우리는 끓는 물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가 되든지 아니면 기존 현실에서 빠르게 뛰쳐나와 뜨거워지는 지구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행동에 나서든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그것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또 기후위기의 해결을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진단해야 한다. 이러한 진단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이 심각한 재난상황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우리의 행동은 올바른 방향을 잃고 소중한 힘을 허비하고 말 것이다.

IPCC와 같은 권위있는 국제적 과학기구는 기후위기가 산업화 이후 인간의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정확한 것이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말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다. 19세기 초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떻게 자본주의는 기후위기를 일으켰는가? 바로 이윤 추구에 다른 모든 것을 종속시키는 생산체제, 이를 위해 오로지 생산을 위한 생산을 추구하는 체제인 자본주의가 이러한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무지막지하게 소비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책임은 모든 인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본주의에 있다.

기후위기의 피해가 불평등하게 돌아가는 것 또한 자본주의 때문이다. 계급사회인 자본주의에서는 계급관계에 따라 기후위기의 피해가 불평등하게 돌아간다. 자본가, 지주 등 가진 자들은 그들이 독점한 부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위기의 피해를 완화시키거나 피해가지만, 노동자 민중, 그리고 다른 많은 무고한 생명들은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자도 아니면서 그 피해를 다 가져간다. 이러한 불평등을 막기 위해서는 바로 자본주의를 문제 삼아야 한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자본주의는 기후위기의 해결도 가로막고 있다. 우선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된 기업 및 국가는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둘째, 기후위기를 막겠다고 나서는 자본가들은 상당수 소형 핵발전이나 탄소포집기술과 같이 잘못된 대안을 제시하여 대중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 셋째, 각국 정부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후위기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의 경우를 들면 기후위기와 관련해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권은 ‘탄소중립선언’과 같이 시늉만 할 뿐 과감한 탄소배출 감축에 대해서는 자본의 눈치를 보며 미온적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아무런 정책도 펴지 않고 있고, 마치 핵발전 확대를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인 것 마냥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정부가 자본가의 이해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필수적인 요구와 조치들은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봉쇄되거나 수용되어도 실질적으로 무력화되고 만다. 온실가스 감축에서 필수적인 화력 발전소 폐쇄와 관련해서도 노동자들과 지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제대로 된 고용대책이 마련되는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나 중요한 온실가스 흡수원인 갯벌을 파괴하고 거기에 공항을 건설하려고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 등 그 예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신속하게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인위적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이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 민중과 생물종들의 편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이러한 기후위기의 해결은 요원하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재난상황을 막기 위해서 자본주의에 맞선 싸워야 한다.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이제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을 본격화하자!

앞으로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양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인간과 다른 모든 생명들은 생존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런 현실에 직면해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늘어갈 것이다. 또한 그러한 대중들은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대해서 문제 삼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반자본주의 기후운동 흐름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반면 반자본주의를 분명히 하지 않는 기후운동은 갈수록 기후운동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반자본주의를 분명히 하지 않는 기후운동은 기후문제의 주범인 자본주의를 벗어날 강력하고 커다란 사회적 흐름을 만드는데 시간을 지연시키고, 위기 해결을 위한 올바른 질문과 그로 인한 제대로 된 대답과 대안을 찾지 못하게 만들고, 문제의 핵심을 다른 곳에 분산시켜 자본주의 체제극복을 위한 노력들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운동은 시간이 갈수록 대중의 지지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일례를 들면, ‘기후정의’와 같이 애매하고 어정쩡한 주장이 현재 기후운동 안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기후운동은 대중들에게 기후위기 상황을 정확히 직시하게 만들고, 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고, 또한 이를 통해 대중들로 하여금 기후위기에 대한 집단적 행동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애매하고 어정쩡한 기후정의와 같은 주장은 그러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을 본격화해야 한다.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의 성장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망을 밝히고 대중적인 기후운동이 힘 있게 전개될 수 있게 만드는 길도 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2019년 9월 최초의 대중적 기후위기 집회가 개최된 이래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급진화되어 기후위기의 주범인 자본주의를 문제 삼는 모습이 계속 늘어왔다는 점이다. 2019년 9.21 집회가 기후위기가 비상상황, 재난상황임을 알리는 집회였다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교류의 제약이 사라진 후 개최된 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에서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자본주의를 문제 삼는 다양한 구호와 피켓 문구, 발언 들이 등장했다. “대규모 자연파괴와 생태학살을 당연한 것처럼 무한정 요구하고 용인하는 자본주의체제, 기후붕괴를 불러온 주범인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를 철폐하지 않으면 붕괴를 멈출 수 없”다는 집회 발언은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당시 나온 기후정의선언에는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의 원인이고 현재다”라는 문구가 들어가기까지 했다.

이제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은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을 본격화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자본주의를 철폐하지 않고서는 기후위기를 멈출 수 없고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이 더욱더 가혹한 생존조건 속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금은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고, 기후위기의 주범인 자본주의와 싸우지 않는다면 기후붕괴는 막을 수 없다. 함께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에 나서자!

–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에 즉각 나서서 기후위기를 막아내자!

–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모든 신규 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중단시키자!

– 에너지 관련 기업을 국유화하고 노동자·민중이 통제하자!

– 자본의 이윤을 위한 생태학살, 동물학살 막아내자!

– 핵발전은 기후위기 대안이 아니다. 치명적 위험 가중하는 핵발전 중단시키자!

– 기후위기의 주범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 철폐하여 기후붕괴 막아내자!

– 반자본주의 기후운동을 본격화하자!

2023. 9. 23.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