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내내 민중들은 광장에 나와 끈질기게 투쟁했고, 그 결과 친위쿠데타를 저지른 윤석열정권을 끝장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민중들의 힘으로 치러질 수 있었던 21대 대선에서 민중들의 삶의 문제는 거의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특히 20대, 30대 청년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광장에 나와 투쟁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력단절이나 독박육아, 성별임금격차와 같은 여성 노동자가 받는 차별을 포함한 이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에 대해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후보나 정치세력은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답답했던 21대 대선을 며칠 앞둔 5월 30일,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주최로 『여성해방을 위한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 소책자 발간 기념 집담회가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렸다. 집담회의 발제자는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의 조분이 동지가, 토론자는 정치하는엄마들 최서연 공동대표와 청년 사회주의자 모임 회원 박혜인 동지가 각각 맡았다.
발제문 발제: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는 다름 아닌 ‘여성해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조분이 발제자는 본 집담회를 계기로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 통상임금 100% 지급 요구에 대한 소책자의 내용이 알려지고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하며 발제를 시작하였다. 조분이 발제자는 여성들을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심각한 것이 성별임금격차로 ‘여성 노동자로서’ 받는 차별과 억압인데, 이러한 차별과 억압은 여성의 임신, 출산 가능성이라는 생물학적 특성과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충돌에 의해 발생한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노동자가 차별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가 임신, 출산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투쟁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여성과 남성 노동자 모두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것이라고 조분이 발제자는 강조했다. 육아휴직 제도는 현재 여남 모두에게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고, 최근 들어 자본가정치세력들은 ‘육아지원 모성보호 3법’ 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그러나 조분이 발제자에 따르면 이 정책들은 사용 여부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어서 사용률을 높이는 데 실효성이 없고, 급여가 여전히 낮아 노동자들이 자녀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핵심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엽적인 부분만 손보는 정책들이다. 조분이 발제자는 사용 여부를 여전히 노동자의 선택에 맡기면서 기존 제도를 개편하는 수준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의 독박육아, 경력단절을 해결하기 위해 남성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분이 발제자는 주장했다. 조분이 발제자는 수많은 여성들이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 나와 투쟁한 현 상황에서 여성들이 다양한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들을 표출하면서 투쟁하기를 원하고 있고, 이제 여성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 통상임금 100% 지급을 요구하는 투쟁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했다.
(발제문 전체 내용은 https://socialistforces.kr/paper-on-the-mandatory-parental-leave-20250529/ 를 참고)
토론문 발제
① 최서연 토론자: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 겪게 되는 일하는 엄마의 현실을 통해 절실하게 이야기한 육아휴직 의무화의 필요성
최서연 토론자는 토론문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 일하는 엄마로서 직접 겪은 현실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며 육아휴직 의무화 요구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일을 하던 중 자녀를 갖게 되어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당연히 사용하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달랐고, 각종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한 일을 겪었다는 것이었다. 최서연 토론자는 육아휴직 급여가 너무 적어 생계를 위해 남편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일, 결국 출산 전에는 소득이 더 많았음에도 ‘엄마’라는 이유로 일을 줄이고 아이들 곁에 있게 된 일 역시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육아휴직이 신청이 아닌 의무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차일드 페널티’를 막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가 필수적이며, 인센티브 등 온건한 방식으로 육아휴직 사용을 권장하는 정도로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최서연 토론자는 지적했다. 또한 최서연 토론자는 육아휴직 급여 수준이 부족한 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육아휴직조차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없는 나라에서 청년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하는 것은 모순이며, 엄마와 아빠가 육아를 위해 휴직할 권리와 아이들이 중요한 시기에 온전히 부모의 사랑과 보호 아래 있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최서연 토론자는 토론문 발제를 마무리하였다.
② 박혜인 토론자: 노동자계급이 마음 놓고 자녀를 갖지 못하는 현실,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를 요구하면서 자본주의와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혜인 토론자는 지금 자녀를 갖기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부담과 불안정한 소득, 경력단절과 독박육아 등의 어려움으로 임신, 출산, 육아를 포기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며 토론문 발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육아휴직도 특수고용노동자나 비정규직, 프리랜서, 일용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노동자들은 사용하기가 더 어려운 것을 포함하여 육아휴직 사용에 있어서도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인한 격차가 존재하고 이것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박혜인 토론자는 주장했다. 또한 박혜인 토론자는 여성 노동자는 단지 임신과 출산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차별을 받기에, 이런 점에서도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성차별을 받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제문에 동의하는 의견을 이야기했다. 박혜인 토론자는 여기에 더해 보육과 같이 중요한 문제에서도 자본주의의 이윤 논리가 개입해서 문제가 야기되는 사례 등을 이야기하며, 자녀를 갖기를 원하는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되려면 자본주의와의 투쟁이 필요하고,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를 위한 투쟁이 그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패널 간 질의응답 및 토론: 육아휴직 문제가 그 중요성과 잠재력에 비해 잘 운동화되지 않는 이유, 그리고 이를 돌파할 방법은?
발제문, 토론문들의 각 발제가 끝나고 패널 간 질의응답 및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조분이 발제자는 토론문들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였다. 조분이 발제자는 최서연 토론자에 대해 토론문이 생생하고 현실이 분노스럽기도 하고 여성해방을 위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가 역시 필요함을 느꼈고, 여성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박혜인 토론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고,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운동이 투쟁의 시작이라는 부분과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부분이 좋았다고 하였다.
이어진 패널 간 질의응답에서는 ‘통상임금’의 정확한 뜻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 패널 간 토론은 소주제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육아휴직 문제가 그 중요성, 잠재력에 비해 잘 운동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였다. 이에 대해 먼저 조분이 발제자는 과거에는 이 문제가 기혼 유자녀 여성만을 위한 요구라 생각했는데 여성 노동자가 자본주의에서 차별받는 원인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바뀐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기혼 유자녀 여성에게 국한되는 요구라는 인식 때문에 잘 운동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나 투쟁의 대상을 제대로 설정하고 육아휴직 문제와 성별임금격차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알리면 돌파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최서연 토론자는 현실에서 여성도 육아휴직을 제대로 못 쓰는데 남성까지 의무화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점,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의지가 필요한데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는 많이 하더라도 실제로 바꿀 의지도 없다는 점을 어려움의 원인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타협하면서 낮은 수준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큰 이슈나 사건을 만들어서 극적으로 여론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되나, 어찌 됐든 지금 육아휴직과 관련된 현실을 고려하면 육아휴직 의무화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혜인 토론자는 개인적으로는 출산 계획이 없지만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단축근로 등을 사용하는 경우 노동생산성이 저하되므로 자본가는 이에 반대하고 아이를 키우는 당사자가 아니면 고충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두 번째 소주제는 ‘이를 돌파하고 운동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였다. 이에 대해서는 조분이 발제자가,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육아지원 3법 등이 통과되었음에도 현실이 크게 바뀐 것이 없고 자본가정치세력들이 여성의 삶의 문제를 포함한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 능력의 부재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지금이 민중들의 분노를 모아내어 운동화하기 가장 적합한 시점일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청중 질의응답 및 토론: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 요구를 운동화할 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토론, 그리고 육아휴직에 대한 다채로운 의견들
청중석에서도 활발한 질의응답 및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질문으로는 △ 한국의 법정 육아휴직 가능기간이 52주라고 발제문에 적혀 있는데 이것이 여성만 집계한 것인지 여, 남 모두인지에 대한 질문, △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보수적인 문화가 제도 때문인지 아니면 경쟁이 치열해서인지에 대한 질문, △ 토론문에 프랑스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정부의 도움으로 키울 수 있다는 내용이 언급되었는데 프랑스의 육아휴직 제도가 어떤지에 대한 질문, △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경우 자본가가 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남성 노동자까지 채용을 기피하게 될 수도 있으니 사업자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이 추가되어야 하지 않은지, △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못하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데 이런 노동자들을 위해 별도로 재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 △ 육아휴직 의무화와 자본주의와의 관련성이 어떻게 되는지, 육아휴직 의무화는 체제 내 요구가 아닌지에 대한 질문과 각 답변이 있었다.
토론 시간에도 청중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먼저 한 청중이, 육아휴직 의무화와 관련하여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는 계속되고 주제 자체는 계속 던져지는데 지속적인 운동화가 되지 않고 있고,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는 우리나라에서 획기적 주장으로서 상징적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요구를 갖고 육아휴직 문제를 어떻게 운동화할 수 있을지,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토론해보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먼저 조분이 발제자는 이 요구가 기혼 유자녀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요구고 삶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서연 토론자는 향후 정치하는 엄마들에서 본인이 의지를 갖고 토론회 주최 단위인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와 연계하여 육아휴직 의무화 요구 운동화를 해보겠다는 다짐을 이야기했는데, 이와 같이 공동실천의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청중석에서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 외에도 육아휴직 문제 및 의무화 요구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청중들의 다채로운 의견이 제시되었다. 구체적으로 △ 요즈음 아이를 가지려면 모든 것이 준비된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고 이것 때문에 육아휴직이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이 더 씌워지는 것이라 보며, 육아를 하는 주체뿐 아니라 육아를 받는 영유아의 관점에서도 더 나은 육아를 위해 육아에 대한 포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 △ 실업자나 장애인 등 노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육아휴직 등 지원이 필요하고, 동료 노동자도 자신의 업무강도 강화를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가 있는 듯한데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며, 육아휴직 의무화 요구는 자본주의 내에서 복지 제도를 강화하자는 요구 정도로 들릴 수도 있어서 내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좀더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이야기했으면 한다는 의견, △ 육아휴직 의무화가 여성 노동자를 임신, 출산, 육아를 이유로 열등한 위치로 놓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와 싸우는 요구로서 여성해방 및 자본주의 철폐와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
어려움을 돌파하고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 운동을 만들 방법에 대한 고민과 토론 속에서 확인된 공동실천의 가능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토론에 집중하는 사이 벌써 예정된 종료 시각이 다 되어, 토론자 및 발제자들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졌다. 박혜인 토론자는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철폐가 인간의 권리, 사회적 필요,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최서연 토론자는 노동자가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현 상황이 문제가 있고 이것부터 해결해야 하며, 기존 정치권도 비판해야 하고, 육아휴직 의무화를 관철시키자고 하였다. 조분이 발제자는 향후 육아휴직 의무화 투쟁의 의미와 관련하여 자본주의 하 여성억압의 근본적 원인을 적극 알려냈으면 하고 육아휴직 의무화가 아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이 가고 돌봄과 관련된 다른 투쟁과도 연결된다고 발언하였다.
이날의 집담회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돌파하고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에 대한 운동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이루어진 자리이자, 그 속에서 공동실천의 가능성이 확인된 자리였다. 청중들 역시 다양한 관점에서 육아휴직 문제에 대한 다채로운 의견을 제시하여, 육아휴직 문제가 단지 기혼 유자녀 등 특정 집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 민중들 전체에게 절실한 문제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는 소책자 발간을 계기로 향후 여러 실천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 통상임금 100% 지급 요구를 운동화할 것이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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