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8일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주최로 “주거문제 집담회: 혼자 사는 여자가 가장 괴로운 건 일단 돈이야”가 개최되었다. 집담회가 시작할 시간이 가까워 오자 청년 여성들을 포함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어느새 집담회 장소를 가득 채웠다. 이날 패널(공동 발제자)로는 조분이 님(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여성해방사업팀 팀원), 구지선 님(대학생), 김민지 님(반니(반성폭력 운동하는 언니들) 활동가), 김설아 님(1인 가구로 살고 있는 가정폭력 생존자)이 참여하였고, 사회는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여성해방사업팀 이석훈 팀원이 맡았다. 참가자들은 눈을 빛내며 패널들의 발제에 귀를 기울였다.

<생중계 영상 1>

<생중계 영상2>

패널들의 발제: ‘혼자 사는 여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다

집담회 제목처럼 혼자 사는, 혹은 혼자 살고 싶은 여성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이 바로 돈 문제라는 말로 발제를 시작한 조분이 발제자는 자신과 친구들의 생생한 경험들을 풀어놓으며 여성 대상 주거지 기반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청년 여성 1인 가구가 남성에 비해 범죄 피해 확률은 2.3배 높고, 주거침입 피해 확률은 11.2배 높다고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목숨 값’을 지불한다는 심정으로 무리를 해서라도 높은 주거비를 지출하게 되어 청년 여성 1인 가구는 동 연령대 남성에 비해 주거비를 한 달에 17만 원 가량 더 지출한다고 하였다. 조분이 발제자는 안전 문제로 인한 여성들의 주거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주택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여성들에게 월 20만 원의 주거안전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요구를 통해 여성들이 남성보다 주거비를 더 많이 지출하고 있고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공론화할 수 있고 주거지 기반 폭력 문제 등 다양한 여성해방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 요구는 여성해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구라고 조분이 발제자는 힘주어 이야기하였다.

구지선 발제자는 스스로의 경험을 사례로 들며 혼자 사는 청년 여성들이 길을 걸을 때부터 느낄 수밖에 없는 불안감, CCTV 및 안전설비 지원과 같은 정책이 대부분 전, 월세를 사는 청년 여성 1인 가구에게는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점, 안전과 관련하여 더 많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집은 더 비싼 집이며 여성이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밤에 위험하니까 모르는 여자 집에 빨리 데려다주기’라는 제목으로 여성들이 밤길을 걸을 때 느끼는 두려움을 조롱하는 영상이 인스타그램 등에서 공유되고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의 불안감은 제대로 공론화되거나 공감 받지 못하고 있다고 구지선 발제자는 꼬집었다. 구지선 발제자는 앞으로 개인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혼자 사는 청년 여성들의 주거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어서 김민지 발제자의 발제가 이어졌다. 김민지 발제자는 여성 1인 가구 수가 증가하고 있는 한편 주거침입 범죄도 증가하고 있는데,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성적 목적이 명백한 주거침입 행위를 하더라도 실제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으면 단순 주거침입죄로만 간주되어 가볍게 처벌받고 있다고 하였다. 김민지 발제자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1인 가구 여성들은 ‘안전’한 집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데 방법 시설, 경비 시스템 등 안전이 갖추어져 있는 집은 당연히 더 비싸기 때문에 여성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크다고 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요구로 김민지 발제자는 공동체주택 등 주거안전을 고려한 주택 공급 확대 및 월세나 보증금 등 주거비 지원 정책 강화, 주거침입 피해를 겪은 여성들의 긴급 이주 지원 시스템 마련 및 스토킹처벌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연계된 법제도 개선, 주거침입 및 스토킹 범죄에 대한 예방 및 대응 강화, 주택 건축시 공동 현관 및 가구별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설아 발제자가 발제를 하였다. 스스로를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가정폭력 생존자’로 소개한 김설아 발제자는 “저는 왜 1인 가구 여성일까요?”라는 질문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후 6년 동안 1인 가구 여성으로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이 분명한데, 국가 차원에서 이에 대한 지원을 받아본 경험은 전무하다고 김설아 발제자는 꼬집었다. 그 이유에 대해 김설아 발제자는 ‘1인 가구 여성’이 왜 생기고 왜 어려움을 겪는지, 가령 “왜 여성 자녀가 남성 자녀보다 집에서 나오고 싶어하는지, 왜 트랜스젠더가 가족과 절연하는지, 왜 여성이 결혼을 거부하고 비혼을 선택하는지, 왜 여성이 더 돈을 못 버는지”에 대한 여성의 외침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1인 가구 여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지금 개인이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모든 것이 아무런 조건 없이 보편적으로 주어지고 “네 삶이 그 모양인 건 네 노력 부족이라고 평가하지 않는 세상”을 요구한다고 김설아 발제자는 힘주어 말했다.

네 명의 패널들은 모두 ‘혼자 사는 여자’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주거안전 문제와 이로 인한 주거비 부담 문제에 대한 공통된 이야기를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구체적인 요구를 제기했고, 청중들은 발제가 끝날 때마다 박수와 공감을 표했다. (발제문 전체 내용은 https://bit.ly/housing0418_presentation 를 참고.)

청중 토론: 1인 가구 청년 여성이 겪는 주거안전, 주거비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해결을 요구할 필요성을 함께 확인하다

이어서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질의응답으로는 공동체주택의 뜻, 각자 발제에서 제시한 요구들을 관철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정황상 성적 목적이 있음이 명백한 주거침입 행위에 대해 주거침입죄가 적용되면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될 때와 비교하여 처벌 수위가 어떠한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곧바로 이어진 청중토론에서는 패널들, 청중들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가운데 매우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먼저 청년 여성의 주거문제 현실과 관련하여 △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에서조차도 청년 여성은 중년 남성이나 다른 인구집단에 비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분노, △ 친족 성폭력 피해자 지원 운동을 하고 있는데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도 집을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성 주거안전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앞으로 같이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를 형성하면 좋겠다는 의견, △ 옆집에 성범죄 전과자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인지하였는데, 성범죄 전과자 관련 고지가 강화되었으면 한다는 의견, △ 여성의 주거문제에 대해서는 청년뿐 아니라 중장년층에 대해서도 지원이 너무 미비하며 왜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의견, △ 주거문제 정책에서 중장년 남성을 위한 반찬 지원이나 요리교실 등 중장년 남성에게만 관심이 집중되고 청년 여성의 문제는 간과되고 있는데 이는 1인 가구 청년 여성이 겪는 문제들을 인정하면 성차별이 존재함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라 보며, 일상 속에서부터 차별과 억압을 포함한 정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을 ‘민감한 문제’라 보아 쉬쉬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 △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싼데 그럼에도 여성들이 비수도권 지역에서 사는 것은 일자리 문제 및 각종 인프라 격차 때문에 너무나 힘들고, 결국 주거비 부담에도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청중들은 ‘혼자 사는 여자’로서 이제껏 느껴 온 불안감이나 분노, 부당함이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하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나아가 1인 가구 청년 여성의 주거안전 및 주거비 부담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 △ 발제자 4명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고통은 현실적인 것이고 사회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으며, 다수의 사람들이 청년 여성들이 겪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공감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 다수가 목소리를 내고 공론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거안전보조금 월 20만원 지급 요구가 중요하고, 광장에 나온 청년 여성들을 보고 ‘이 중에 자신이 살고 싶은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까지 여성들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요구하는 흐름이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고, 앞으로 함께 이런 흐름을 만들어나가자는 이야기, △ 주거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적 돌봄, 공동체 내에서의 상호돌봄 역시 필요하다는 이야기, 이에 동의하며 근시일 내에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모두가 대문을 열어 놓고 살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 △ 김설아 발제자의 발제 내용에 공감하며 청년 여성 1인 가구라는 범주 자체가 넓어져야 하고, 여성뿐 아니라 모두가 잘 살 수 있고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 △ 보조금 지급도 필요하지만 애초에 여자라고 더 부담해야 하는 비용 자체가 없어졌으면 한다는 의견, △ 1인 가구 청년 여성의 주거안전 문제 및 이로 인한 주거비 부담 문제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주거비 폭등 문제와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결합된 결과이며, 비상계엄 이후 광장에 적극적으로 나온 여성들이 앞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며 주거안전보조금 월 20만원 지급 요구를 갖고 투쟁하며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만들고 이를 반자본주의와 결합시킬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청중 토론은 토론 시간 내내 발언 신청이 끊이지 않고 연이어 나올 정도로 열띤 분위기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1인 가구 청년 여성이 겪는 주거안전 및 이로 인한 주거비 부담 문제가 그 심각성에 비해 이제껏 충분히 주목되지 못했고, 앞으로 이 문제를 적극 공론화하고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혼자 사는 여자’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거침없이 요구하고 실천을 만들어가자!

이후 패널들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졌다. 조분이 발제자는 주거안전보조금 월 20만원 지급 요구가 여성들의 당면한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효적절한 요구로서 많은 민중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발제자들 모두, 마치 서로 맞추기라도 한 듯이 공통적인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했는데 이는 여성들의 주거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므로 앞으로 해결을 요구하며 함께 싸우자고 제안하였다. 구지선 발제자는 어디에, 어떻게 살 것인지의 문제가 취약한 집단인 여성들에게 더 심각하게 다가오며 이는 명백하게 자본주의의 굴레이고, 여성들이 자꾸 침묵을 강요당하기 때문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럴수록 여성들이 더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고 당당하게 요구하자고 이야기하였다. 김민지 발제자는 집담회를 통해 결국 ‘연결’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으며, 여성억압 문제와 관련하여 매달 다양한 주제로 오픈마이크를 해도 좋겠다고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설아 발제자는 청중토론 시간에 미처 다 이야기하지 못한 구체적인 요구를 이야기하는 마무리 발언을 하였다. 주거취약계층 유형에 해당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전세 대출 한도가 9천만 원인데, 임대인들이 주택의 조건이 아무리 열악해도 전세 대출 한도에 맞춰서 전세대출 액수에 맞춰서 보증금을 9천만 원으로 올리는 것을 경험하였다며, 전세금을 전세 대출에 맞춰서 마음대로 올리는 것을 못하게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날 집담회는 1인 가구 청년 여성들이 겪고 있는 주거안전 문제 및 이로 인한 주거비 부담 문제가 그 심각성에 비해 이제껏 충분히 주목되고 공론화되지 못한 데 대한 청년 여성들의 분노와 함께, 앞으로 이 문제를 적극 공론화하고 거침없이 해결을 요구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망 역시 확인한 자리였다. 특히 청중들은 ‘청년 여성에게 주거안전보조금 월 20만원 지급’ 요구를 포함하여 제시된 여러 구체적인 요구들에 크게 공감하였다. 이제 ‘혼자 사는 여자’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거침없이 요구하고 여러 실천을 펼쳐 나갈 때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역시 적극 함께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