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오후 3시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자본주의와 싸우는 여성해방운동,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집담회가 진행되었다. 발제는 김민재 정책위원장이, 사회는 이석훈 동지가 맡았다. 집담회는 사회자가 2015년경부터 대대적으로 고양되었던 여성해방운동이 지금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여성해방운동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싸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를 설명하며 시작되었다.
발제: 여성해방운동이 활력을 잃은 지금, 이제 새로운 운동, 자본주의와 싸우는 여성해방운동이 필요하다
김민재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정책위원장은 발제를 시작하며 ‘자본주의와 싸우는 여성해방운동’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해방운동이 활력을 잃은 지금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세 분석과 과제 설정으로서 의미가 깊다고 서두를 열었다. 여성해방운동이 고양될 시기에 여성들은 여성억압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여성들의 삶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싸움을 만들어내는 것을 과제로 제기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이는 페미니즘의 사상적 한계에 의한 것이며, 결국 여성해방운동의 질곡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발제자는 여성해방운동이 자본주의와 싸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1) 여성억압의 근본 원인은 차별적 성별 노동분업이며 이를 온존시키는 것이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2) 여성들이 성폭력, 가정폭력 등 폭력적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3) 지금 여기의 여성들은 일자리, 주거, 부채 등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운동을 원하고 있고, 이 열망을 받아안으려면 여성들의 삶의 문제의 주범인 자본주의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주의와 싸우는 여성해방운동을 만들기 위해서는 1) 여성해방운동의 현 상황을 직시하고, 운동이 활력을 잃은 이유에 대한 평가와 분명한 과제설정을 할 것, 2) 페미니즘이라는 기존의 사상적 틀을 넘어서 사회주의 여성해방운동으로 나아갈 것, 3) 여성해방을 위해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사업들을 진행함으로써 사회주의 여성해방운동을 가시화하고 조직적인 흐름을 만들어나갈 것을 제시했다. 특히 발제자는 이전부터 사회주의 여성해방론 입장에서 여성해방운동이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활동을 해왔는데 주로 학습, 선전 사업을 반복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여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거나 조직적인 흐름을 만드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반성적인 평가를 하면서, 앞으로는 발언대회, 선전전, 집회, 잡지 발간 등 다양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해보고자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제문 링크: https://socialistforces.kr/presentation-how-to-make-anti-capitalist-womens-liberation-movements/
질의응답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다. 한 청중은 발제자가 진보운동 전반이나 사회주의 운동에서도 여성해방운동이 활력을 잃은 이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과제설정이 잘 안되고 있다고 한 데 대해 구체적인 사례가 무엇인지 질문하였고, 발제자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한 단체에서 나온 글을 사례로 들며 윤석열정권의 여성 관련 정책이나 여가부 폐지를 규탄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2015년경 여성해방운동이 고양되었을 때 자본주의를 문제 삼는 방향으로 급진화 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발제자는 페미니즘의 이론적 한계 때문에 여성해방을 가로막는 주범인 자본주의를 문제삼을만큼 급진화 되기 어려우며, 이는 교차성 페미니즘을 통하더라도 억압의 근본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명확히 건드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 얼마나 확인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경험을 기반으로 봤을 때 기존의 운동이 어떤 한계에 부딪혔다는 막연한 인식은 있지만 그것이 페미니즘 자체의 한계에서 기인한다는 인식은 아직 잘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외에도 발제문에 인용된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클라우디아 골딘의 연구가 한국 상황에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있었다.
자유토론: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운동화하고, 자본주의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낼 필요성
이후 자유토론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자유토론에서는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운동화하여, 발제문이 제시한 자본주의와 싸우는 여성해방운동을 실제로 만들어낼 필요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한 청중은 발제자도 답변했듯이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페미니즘 자체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 크게 확인되지 않고 심지어 상당수 사회주의세력도 오히려 페미니즘에 영합하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사상투쟁했지만 그것이 큰 효과를 낳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비판과 사상투쟁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경합하는 운동을 실제로 만들어내서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운동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앞으로 보다 심화된 고민을 해서 발제문에 언급된 요구들보다 더 강도 높고, 임팩트 있는 요구들을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15년경 시작된 여성해방운동의 고양이 누적된 여성억압에 대해 쌓여 있던 분노의 표현이었듯, 지금도 여성들은 절박한 상황에 있는데, 절박한 것을 ‘표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발제자 역시 보다 적극적인 운동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에 대해 집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앞으로 더 심화된 고민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중들도 지금 여성들의 삶의 문제, 절박한 요구에 대해, 육아휴직 급여가 너무 낮고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힘든 문제, 여성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는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나아가 절박한 여성들의 문제의 원인이 자본주의라는 것을 보다 입체적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드러내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이런 의견을 제기한 청중은 여성 노동자 연속 인터뷰를 통해 여성들의 힘든 삶의 배경에 자본주의가 있다는 것을 폭로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도 이야기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또 다른 청중은, 주변의 청년 여성들이 오랜 기간 실업상태에 있거나 주로 서비스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다보니 직장에서 업무 스트레스와 더불어 성희롱•성차별이 견디기 힘들어도 돈 때문에 참는 경우가 많고,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은 문제의식을 갖기 보단 위축되고 자책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여성들을 열악한 환경으로 내모는 주범이 자본주의임을 규명하고 알려야 한다고 하며, 실업 및 일자리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모여서 삶의 어려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문제를 폭로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불법촬영물 산업이나 포르노 산업 등 성폭력적인 산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자본주의와 결합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더하여 최근 들어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생태운동에 비해 여성해방운동에서는 이것이 상대적으로 잘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것이 페미니즘 운동의 계급적 성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마무리 발언
집담회를 마무리하면서 김민재 발제자는 토론에서 의미있는 얘기들이 많이 나와 뜻깊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여성들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짚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늘 나온 얘기들로 본인도 용기를 얻었으며 여성해방운동이 활력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번 집담회는 지금 여성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여성억압을 온존시키는 주범이 바로 자본주의이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 받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기존의 운동에 대한 비판, 사상투쟁에 더해서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운동화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자본주의와 싸우는 여성해방운동을 실제로 만들어나가야 함이 강조되었다. 앞으로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는 여성들의 열악한 삶을 해결할 수 있는 여성해방운동, 사회주의 여성해방운동을 힘있게 만들어나가기 위해 더 예리한 고민을 갖고 실천하고 투쟁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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