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로운 사회주의 강좌를 수강한 임지희님이 작성한 후기입니다.

소련이 해체된 그 해에 태어난 나는, 한평생 자본주의가 전부인 줄 알고 살아왔다. 너도나도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삶을 상상하는 것은 저 멀리 우주에 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 혹은 해서는 안 되는 일마냥 느껴졌다. ‘새로운 사회주의’ 주제의 강좌가 열리는 곳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참 반가웠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들을까 설렘을 안고 강좌로 향했다. 왜 그리도 반가웠을까 생각해보니,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급함”이었다. 이 강좌를 신청한 것은 나에게는 꽤 도전적인 일이었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낯섦 속에서 사회주의를 공부하며, 새로운 사회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새로운 사회주의 강좌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잡기 위한 문제의식,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성두현),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생태문제와 사회주의)(황정규),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여성억압 문제와 사회주의)(김민재),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성두현), △생산과 유통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식적 통제(황정규), △노동자 국제주의(성두현) 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중 내가 참석한 강의를 중심으로 소감을 적고자 한다.

인간 그리고 해방

먼저 사회주의 운동이 “인간해방운동”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첫 강의에서 강사님은 사회주의를 ‘경제주의적으로 협소하게’ 이해하면 안 된다고 짚으셨는데, 내가 바로 그렇게 이해했었다. 사회주의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어디에 있는지는 생각해보지 못했고, ‘사적소유의 폐지’를 대표적으로 생각해왔었다. 사회주의의 변혁적인 경제구조적 내용들이 어떤 문제의식, 어떠한 궁극적 목표를 가지고 구성되어왔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새로운 사회주의는 “인간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가지고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활동이 수많은 생물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지구 곳곳에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데, 전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만행 앞에 “인간해방”이라는 말이 일면 공허하게 들리기도 했다. 이에 대한 부분은 이어지는 강의에서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인간해방 그리고 자연

이어서 두 번째 강의의 주제는 생태문제와 사회주의였다. 사회주의 토대를 이루는 인간해방의 관점이 인간만이 아닌 자연에까지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사회주의의 총체성을 견지하며 생태문제를 설명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환경운동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어 생태주의에 익숙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적 총체성”에서 생태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특히 과학적 사회주의의 틀 속에서 생태문제를 어떻게 설명하고 접근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맑스의 ‘물질대사(metabolism)’ 개념은 모든 생명체와 외부의 자연간의 물질 교환의 과정을 말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과 같이 인간도 자연과 물질대사 작용을 하는데 ‘인간 고유의 물질대사 방식’이 ‘노동’이다. 기후위기는 물질대사의 균열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으며, 물질대사의 균열을 회복해야하며, 기후위기를 야기한 사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자본주의는 생산의 목적이 이윤의 추구이기 때문에 그 체제의 속성 자체가 생태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생태문제의 기반에는 자본주의가 있으며, 자본주의는 체제의 본질적인 속성으로 인해 생태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목표와 행동 없이 생태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구조와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해온 사회주의의 관점과 내용들이 오늘날의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동자를 주체로! 국제적 연대

1864년에 창립된 제 1인터내셔널의 규약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해방은 노동자 계급 스스로에 의하여 획득되어야 한다”는 문구는 강좌를 통해 알게 되었다. 노동자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확대해가고 사회관리의 주체로 노동자들 스스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하며 이러한 부분이 새로운 사회주의의 구성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 없이 사회주의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처럼 사회주의를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 접근하는 관점이 사회주의를 새롭게 보게 했다.

또한 새로운 사회주의운동에서 노동자계급의 국제적인 연대가 필수적이다. 자본주의체제가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사회주의 운동 또한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주의 혁명 당시 노동자 파업의 사례를 국제적으로 전파하고, 도움을 주고 받아왔다고 하는데, 자본주의의 세계화에 맞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국제적 연대가 더욱 확장되어져 나가길 기대한다.

새로운 사회주의로 여는 해방사회!

올해 우리나라는 추석까지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으며, 폭우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여름 폭우 속에서 배달 일을 하던 노동자가 희생되었다. 기후재난으로 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남해, 서해, 동해 바다도 역대급 고수온으로 바닷물 온도가 30도까지 오르며 물고기가 집단으로 폐사했다. 세계 곳곳의 상황도 심각하다. 기후변화로 매년 평균 2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다.

이 여름을 보낸 우리는 그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이 사회는 분명 그 전과 달라져야 한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 저항하며 혁명으로 나아갔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심도 깊게 파고들었고, 문제의식을 확산시켜 나갔다. 이 중요한 유산이 이상하리만치 금기시 된다. 이제 다시 새로운 사회주의를 향한 논의와 움직임이 활발해져 모든 사람과 비인간 생명들의 해방사회가 속히 오길 바란다.

끝으로 6회기의 모든 강의를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참석한 강의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주의 강좌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들을 돌아보았다. 아쉬움을 새로운 시작점으로 새로운 사회주의의 고민을 내가 있는 자리에서 이어가고 싶다. 열띤 강의를 해주신 강사님들과 강좌를 위해 애써주신 분들, 함께 공부했던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