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회주의노동운동사 강좌를 수강한 원종 동지가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에서 주최한 사회주의노동운동사 강좌는 2022년 11월 4일부터 2023년 1월 13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총 10강 동안 이어진 긴 강의였다. 강좌는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 이전부터 시작하여 어떠한 배경에서 사회주의 이론이 탄생하였는지 설명했다. 이후 1848년 프랑스에서의 혁명, 제1인터내셔널, 파리코뮌, 제2인터내셔널, 러시아의 1905년 혁명과 10월 혁명, 제3인터내셔널, 스탈린주의 비판과 사회주의노동운동의 새로운 대안까지, 역사에서 나타난 사회주의운동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통한 교훈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가야할 점까지 제시하였다. 본 후기에서는 강좌를 들으며 필자가 중요하다고 느낀 지점들을 연결해보고자 한다.

봉건제를 타파하며 등장한 자본주의는 대다수 민중들의 삶을 억압하였다. 애당초 농민들에게서 땅을 빼앗아 이들을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폭력을 서슴지 않았던 엔클로저 등을 보면, 자본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닌 수많은 민중들을 억압으로 밀어 넣으며 생겨난 것이었다. 이후 산업혁명에 의해 본격적으로 공장이 생겨나며 자본주의가 발전의 불씨를 붙이자, 산발적이었던 노동자들의 저항도 대규모 공장의 열악한 상황에 반발하면서 대규모화되었다. 그리고 공장 지대의 형성으로 인근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결합하면서 노동자계급의 형성도 새로운 단계인 산업 프롤레타리아트 단계에 도달한다. 노동자들은 러다이트 운동, 차티스트 운동, 리용의 봉기, 실레지아 직조공들의 폭동 등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노동자계급을 위한 요구를 내걸고 보다 조직적인 투쟁들을 전개해나가기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이론적 시도들도 있었다. 오웬, 푸리에, 생시몽 등으로 대표되는 공상적 사회주의자들도 여러 의견들을 제시해보았지만, 이들은 사회주의운동은 지식인들이 이끄는 것으로 보고 노동자계급을 구원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한계를 보였다. 이를 극복하며 나타난 것이 맑스의 과학적 사회주의다. 과학적 사회주의는 사적 유물론과 잉여가치론을 통해 자본주의 현실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여 노동자계급이 사회주의운동의 주체임을 이론적으로 명확히 했다.

1848년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여러 혁명이 일어났다. 노동자 민중들이 수도를 점거하는 등 위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자 지배계급은 갖가지 수를 써서 이를 무력화시키고 억압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조직적으로 모이고 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했는데, 동시에 여러 강대국들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민족운동 또한 고양기를 맞으면서 각국의 노동자들이 모이는 제1인터내셔널이 창립되었다. 제1인터내셔널은 노동자계급의 조직 및 투쟁에 강력한 힘이 되었으며 민족해방운동에 적극적인 연대를 표명했다. 이는 이득은 지배계급이, 피해는 민중들이 가져가는 전쟁과 식민지가 계속해서 유지 및 발전되는 것은 자본주의 이해관계에 의한 것임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사회주의는 이론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모든 억압의 철폐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점차 단련되기 시작했다. 1848년 혁명의 실패를 교훈삼아 파리에서 최초로 노동자국가를 보여준 파리코뮌도 그렇다. 파리코뮌은 야간노동금지, 적은 금액에 전당 잡힌 물건들 무상 반환, 임차료 지불연기, 당시 부패의 상징이었던 교회의 재산 몰수 및 국민의 소유화 등 열악했던 민중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다. 또한 공직의 선출뿐만 아니라 소환도 중요시 여긴 것, 입법과 행정의 일치 등 고도로 발전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노동자국가의 형태와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위기감을 느꼈던 자본가계급은 탄압을 본격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또 무엇보다 자신의 역사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이제 사회주의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형식이 필요해졌기에 제1인터내셔널은 해산했다. 각국의 프롤레타리아트 당을 건설하고 이를 탄압에서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취한 덕분에 각국의 사회주의적 노동자당들은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어내며 승리를 쟁취하였다. 그러던 와중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제국주의적 식민지 확장 및 쟁탈의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금 국제적인 연대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탄생한 것이 제2인터내셔널이었다. 이 시기에 사회주의 정당과 노동조합운동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수정주의 또한 등장하게 되었다. 수정주의란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민중을 착취 수탈한 이윤의 일부를 이용하여 노동운동의 지도부를 매수, 포섭, 결국 그들로 하여금 자본가계급의 편에 서서 사회주의에 반대하고 기회주의로 나아가게 한 흐름이 이론적으로 표현된 것이었다. 이러한 수정주의자들 및 기회주의자들, 그리고 이들과 명확히 분리선을 치지 않은 중앙주의자들은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이미 수차례 결의하였던 전쟁 반대 태도를 철회하고 자국의 부르주아지들의 의견에 따라 전쟁을 합리화하는 배신을 저지르며 제2인터내셔널은 붕괴되었다. 이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되었으며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이 되었다.

제2인터내셔널의 붕괴가 사회주의운동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여전히 투쟁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결과 중 하나로 전쟁 중이었던 러시아에서 1917년 2월에 부르주아 혁명을 이뤄 짜르를 몰아내고 그 기세를 이어나가 10월에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하였다. 그 원동력으로는 러시아 노동자계급이 혁명의 전위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고, 농민과 동맹에 성공하였으며, 노동자와 농민 동맹이 자신들의 권력기관인 소비에트를 창출하였고, 민중의 선두에 혁명적 이론과 실천으로 무장하고 단련된 볼세비키당이 있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러시아 혁명은 사회주의 혁명의 현실 가능성을 증명하면서 운동의 급격한 고양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3인터내셔널이 창립되었는데, 제2인터내셔널의 붕괴를 교훈삼아 과학적 사회주의를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철저히 실천할 수 있도록 「21개조」 가입조건을 두었다. 이를 통해 기회주의의 침투를 봉쇄했을 뿐만 아니라 가입조직들 사이에 사상적 통일성을 확보하고 민주집중제를 확고히 확립하였다. 그리고 제3인터내셔널은 발전한 자본주의 나라의 반자본주의 노동자계급 투쟁과 피억압 민족의 민족해방투쟁을 결합하며 맑스주의적 원칙을 복원시키고 이를 제국주의 시대에 맞추어 발전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던 기회주의자들, 특히 노동운동이 제일 번성하였던 독일의 기회주의자들은 혁명의 발전을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범주로 제한함으로써, 러시아 혁명으로 고양된 민중들의 투쟁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결국 공황 속에서 열악해져가는 민중들의 삶을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히틀러가 집권하게 되고 파시즘의 위협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전 세계적인 사회주의혁명의 도화선 역할을 한 러시아는 오히려 고립되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혁명을 성공할 수 있었던 후진국이라는 점은 독일 사민주의자들의 배신으로 인해 불리한 조건이 되었다. 러시아는 농민이 인구의 절대 다수인 국가였기에 생산력이 낮았고, 문맹률이 높은 등 노동자계급의 문화적 역량이 매우 낮아 국가의 운영과 관리를 실행하는 데서 주체적 역량이 취약한 상태에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소련에서는 신경제정책(NEP)을 시행하면서 의견의 통일을 목적으로 공산당 내 분파형성권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켜 당내민주주의를 제한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 당은 이 오류를 결국 수정하지 못한 채 스탈린이 당 권력을 장악하는 상황까지 갔다. 스탈린주의는 겉으로는 사회주의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상은 부패한 관료주의이자 반사회주의적인 새로운 지배 억압체계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 사회주의국가의 모습이 되면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위신을 추락시켰다.

사회주의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역사적인 후퇴를 강요당했다. 하지만 마치 자본주의에서 다시금 봉건제 사회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러시아 10월 사회주의혁명으로 시작된 사회주의로의 이행시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주의운동은 자본주의에게 최종적으로 패배한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저항과 투쟁 속에서 새롭게 자신을 정비하고 고양되고 있다. 새롭게 고양되는 사회주의운동이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를 실현하려는 대중적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에서 교훈을 끌어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생태, 여성, 소수자 문제 등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제기된 문제의식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것, 스탈린주의에 의해 왜곡된 맑스주의를 철저히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좌에서는 대안으로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 민주주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의식적 통제, 노동자 국제주의를 제시했다.

10주 간의 강좌를 요약한 것이라 잘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도 많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역사 속에서 운동이 만들어지고, 실패하고, 교훈을 얻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간다는 흐름만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민중들의 생존에 대한 의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의지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가 많이 남아있으며 이로 인해 운동이 어렵다고도 느낀다. 그러나 사회주의운동은 어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자본주의의 시작에서부터 수많은 시간동안 억압받은 노동자 민중들의 현실과 이를 극복해내기 위한 투쟁의 경험들이 쌓여온 것이다. 과거의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과 현실의 우리가 겪는 고통이 형태는 달라도 그 본질이 자본주의에 있음을, 이를 타파하기 위한 투쟁들이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현실의 상황까지 만들었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주말도 없이 하루 14시간씩 일하던 노동환경은 투쟁을 통해 이제 주5일 하루 8시간이 되었고, 이는 다시금 투쟁을 통해 주4일제, 주30시간제 등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역사는 거꾸로 가지 않는다. 봉건제와 신분제를 깨트리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 하나하나가 그 시대에 투쟁했던 사람들에겐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했을지언정 우리는 그 결과 속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잠깐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역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 때이다.

끝으로 10주 동안 강좌를 해주신 성두현 강사님, 진행해주신 황정규 간사님, 끝까지 열의를 가지고 참여해주신 많은 수강생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