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나온 여성들은 윤석열을 몰아내는 것과 함께 악화되는 삶의 문제 해결을 원한다

여의도, 광화문, 남태령, 한강진에서 펼쳐진 민중들의 강력한 투쟁이 친위 쿠데타로 민주주의를 유린한 윤석열정권을 사실상 끝장냈다. 12월 7일에는 수십 만 명의 민중들이, 14일에는 수백 만 명의 민중들이 여의도에 운집하여 윤석열의 탄핵, 퇴진, 즉각 체포를 외쳤다. 그런데 거리로 나와 윤석열을 몰아내기 위해 싸웠던 민중 중에는 청년들, 특히 청년 여성들이 매우 많았다. 12월 7일, 14일 여의도 집회에서 20대, 30대 여성의 비율은 30%에 육박했다. 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들은 남태령으로 달려가 경찰 차벽을 철수시켰고, 한강진 관저 앞에서 은박 담요를 두르고 밤을 지새웠다.

여성들은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광장에 나온 것일까? 이는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민주주의를 난폭하게 유린한 데 대해 강력하게 분노했기 때문일 뿐 아니라, 날로 악화되는 삶의 문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누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폭등하는 물가, 증가하는 실업과 비정규직, 심화되는 주거난 등으로 노동자 민중들의 삶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여성 노동자들은 성차별, 여성억압으로 더욱 열악한 위치에서 고통 받아 왔다. 특히 청년 여성들의 삶은 극한으로 내몰렸다.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2019년에 전년 대비 무려 25.5% 증가했고, 2020년에 또다시 전년 대비 16.5%나 증가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성차별로 더욱 열악한 조건에 놓인 청년 여성들이 실업, 해고, 빈곤의 타격을 받은 결과가 ‘조용한 학살’로 나타난 것이다. 이후에도 여성 노동자들의 삶은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통계청이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첫 일자리에 취업해서 받는 임금’ 액수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54.4%가 월 200만원 미만을 받는데, 여성은 그 비율이 64.6%다. 이렇게 먹고 살기가 버거운 상황에서 스토킹, 교제폭력, 성폭력, 여성 대상 주거침입 범죄 등 각종 여성 대상 폭력 역시 먹고 사는 문제와 결합되어 여성들에게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결국 악화된 삶 속에서 불만과 고통을 누적시켜오던 여성들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계기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느끼며, 대거 광장으로 나왔다. 그렇기에 광장으로 나온 여성들은 윤석열을 몰아내는 것과 함께, 이제껏 악화되기만 했던 자신들의 삶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윤석열정권 이후 여성들의 삶은 달라져야 한다. 이제 광장에서 여성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요구를 제기하자!

윤석열정권 이후 여성들의 삶은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삶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몇 년 전 여성해방운동이 고양되었던 시기 불법촬영 규탄 등을 내건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고 성차별적 문화, 담론에 맞선 투쟁이 활력 있게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투쟁이 여성들의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과 결합되지는 못했다. 결국 아직 여성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중적인 투쟁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는 것이다. 열악한 삶에 대한 분노를 안고 여성들이 대거 광장으로 나온 지금은 그런 투쟁을 반드시 실제로 만들어야만 하는 시점이다. 여성들의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구를 제기하며 투쟁을 만들자.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하고 휴직기간 동안 통상임금 100%를 지급하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직장어린이집 의무화로 보육시설 확충하라!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문제는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경우 해고 또는 계약해지, 독박육아, 경력단절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현재 법적으로는 여성, 남성 노동자 모두에게 육아휴직이 보장되지만, 노동자들 대부분은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하는 순간 일자리를 잃게 되고, 육아휴직 급여 역시 최근 인상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한국의 육아휴직 실 사용기간은 OECD 평균의 1/6 수준이다. 노동자들이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부모 모두에 대해 일정 기간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휴직기간 동안 별도의 상한 없이 통상임금 100%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또한 여전히 노동자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하다.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육아를 담당하는 성차별적 문화가 아직 존재하는 상황에서 보육시설의 부족은 결국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이미 민간 어린이집은 상당 부분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고 폐원이 늘며 보육 노동자들의 고용도 불안정해지고 있는바,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할 필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현재 극히 일부 대기업에 대해서만 의무화되어 있는 직장어린이집 역시 모든 사업장에 대해 의무화하여 보육시설을 확충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청년 여성들에게 월 20만원 주거안전보조금을 지급하라!

청년 여성 1인 가구는 남성에 비해 범죄 피해 확률이 2.3배 높고, 주거침입 피해 확률은 무려 11.2배 높다. 독립을 하려는 청년 여성들은 불법촬영, 스토킹, 주거침입 성범죄 등 주거지 기반 범죄에 대한 불안 때문에 큰길과의 거리, 층수, 방범장치 유무 등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주거공간을 구하기 위해 남성보다 월 17만원 가량 더 많은 주거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미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여 청년들이 천문학적인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 여성들은 주거안전 문제로 인해 남성들보다 더 큰 주거비 부담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여성들에게 월 20만 원의 주거안전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고, 가정폭력 및 교제폭력을 제대로 처벌하라!

2021년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스토킹 가해자를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현실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시대착오적, 여성억압적 관점이다. 가정폭력 범죄는 ‘가정보호사건’ 송치를 통해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있게 하는 현행법으로 인해 제대로 처벌되지 못하고 있으며, 교제폭력도 여전히 다른 범죄에 비해 가볍게 치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고, 가정폭력 및 교제폭력을 제대로 처벌할 것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자본주의와 싸워야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발전시키자!

이러한 절박한 요구들을 쟁취하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은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으로 나아가야 승리할 수 있다. 여성들의 삶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바로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더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등 차별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본가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쉴 새 없이 기계, 사무실을 돌리려고 하는 자본주의에서 임신과 출산 가능성이 있는 여성 노동자는 중단 없이 일할 수 있는 남성 노동자에 비해 자본가의 입장에서 열등한 노동력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할 권리가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지만 현실에서 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자본가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노동자를 기다려줄 리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성폭력, 가정폭력 등 각종 폭력적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 역시 자본주의에 있다.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폭력을 겪어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이유,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쉽사리 단절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를 짚어보면 모두 자본주의의 문제다. 나아가 여성들의 삶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절박한 요구의 실현을 가로막는 것 역시 자본주의다. 가령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 및 휴직기간 통상임금 100% 지급과 같은 요구가 시행될 경우 여성 노동자가 받는 차별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배계급 스스로도 연일 심각하다고 하는 저출산 해결에도 획기적인 도움이 될 텐데, 이런 요구는 단지 자본가들의 이윤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들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으로 발전해갈 때 힘차게 전개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

윤석열정권 이후 여성의 삶은 달라져야 한다. 이것이 광장에 나온 여성들의 열망이다. 여성의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절박한 요구를 내걸고 자본주의와 싸우자!

2025. 3. 8.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