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이제 가까운 미래에 전개될 인류의 위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인류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 위협이 되었다. 비근한 예로 언론에서는 12월 11일 미국 켄터키, 일리노이, 아칸소, 미주리, 테네시, 미시시피 등 6개 주에서 대규모 토네이도가 발생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에 따르면, 이번 재해로 적어도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하고, 이런 엄청난 재해가 발생한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당장의 위기가 된 기후위기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기후운동이 급성장했고, 각국 정부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겠다고 떠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해결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각국 정부들의 국제적 노력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실정이고, 자본가들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의지는 없고 그것을 또 다른 이윤 추구의 기회로 삼으려고 할 뿐이다. 기후운동은 기후위기를 야기한 체제를 바꿔야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기후위기의 진짜 주범인 자본주의를 정면에서 공격하는 데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한편 인구의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들 역시 기후위기 해결의 주역으로 등장해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 주최 ‘사회주의 생태론’ 강좌가 열렸다. 이 강좌는 총 3강으로 이루어졌으며, 11월 26일부터 12월 10일까지 매주 금요일에 진행되었다. 강좌의 내용은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포함한 생태문제 전반을 설명하는 사회주의 생태론을 알아보고, △기후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원인이 바로 자본주의에 있음을 분명히 하며,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주의가 자연 역시 파괴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과도적 요구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번 강좌에는 총 7명의 수강생들이 수강 신청을 하여 마지막 3강까지 진지하고 활기차게 강의가 진행되었다.

강좌 구성
1강: 11월 26일(금) / “사회주의 생태론은 무엇인가?” (강사: 황정규)
2강: 12월 3일(금) / “기후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다” (강사: 박준규)
3강: 12월 10일(금) / “기후위기 대응, 노동자가 중심에 서야 한다” (강사: 황정규)

1강 사회주의 생태론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강좌내용을 소개하면, 1강에서는 사회주의 생태론을 체계적으로 알아보았다. 강의에서는 생태위기를 올바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가져야 제대로 된 실천과 대안 제시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생태주의에서 많이 등장하는 인간중심주의 대 생태중심주의와 같은 이분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본격적으로 맑스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 생태론 설명이 이뤄졌는데, 예전에는 맑스주의가 반생태적이라는 주장이 만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애초 맑스주의는 생태문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상임을 강조했다. 강의에서는 생태문제를 설명하려고 한 맑스주의 내의 대표적 시도로 제임스 오코너의 이차모순론이 있었으나 이는 생태문제를 지나치게 경제위기로 환원해 설명하려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 후 존 벨라미 포스터와 폴 버킷 등이 등장하여 맑스 사상 안에 존재하는 생태학적 통찰을 복원하는 역할을 하였고, 이제 맑스의 사상이 생태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 생태론을 본격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맑스가 관념론과 기계적 유물론을 모두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자연의 산물인 동시에 인간이 노동을 통해 자연에 대해 능동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초기 맑스는 생태학적인 통찰을 많이 남겼는데, 그 중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로까지 연결된다고 본 <경철수고>의 인상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인간의 노동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이고 인간은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하지만 그 노동의 구체적 형태는 역사마다 달라진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리고 이 노동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 관계를 매개하는 것이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에서 발생하는 균열이 생태위기로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강좌 내용에 따르면, 맑스는 이런 물질대사와 물질대사 균열 개념을 가지고 19세기에 발생한 농업위기를 분석하였다. 강사는 물질대사 개념을 강조하면서, 기후위기와 같이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생태문제는 바로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노동 형태에 의해 인간과 자연 사이에 물질대사의 균열이 발생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2강 기후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다

2강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기후위기는 현재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담기 위한 용어로,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에 의한 심각한 기후변화를 일컫는 것이라고 한다. 기후위기는 이러한 기후변화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음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강좌는 그 다음으로 실제 기후위기 상황을 살펴보았다. 최근 몇 십 년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였고, 이는 역사상 가장 가파른 상승세라고 한다. 강사는 그 결과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 상승했고, 파리협약에서의 기후위기 대응 목표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자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2040년까지 1.5℃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좌에서는 이렇게 심각한 기후위기의 주범이 자본주의임을 설명했다. 가령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서는 “1750년 이래 인간활동의 순효과가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였다는 것은 극히 확실하다”고 하는데, 이에 따르면 인간 활동 전반이 아니라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이 기후위기의 주요인이다. 그런데 이 산업화 이후는 자본주의의 등장과 같은 시기인 것이다. 강사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이윤을 목적으로 생산하며, 생산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시키려 하기 때문에, 확대되는 생산체제를 지탱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 공급구조가 필요했고, 따라서 화석연료가 주 동력원으로 사용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라는 특수한 역사적 생산체제에 의해 인간과 자연의 물질대사가 교란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강사는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해서는 급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2015년 파리협약은 탄소포집 같은 기술적 해법이나 배출권 거래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모두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겠다는 발상으로,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또 2021년 UN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도 석탄발전 ‘중단’이 아닌 ‘감축’만을 합의문구로 넣은 한계를 보였다고 한다. 기후악당이라 불리는 한국도 그린뉴딜, 녹색성장, 기후위기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한 감축목표, 산업부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겠다는 탄소중립위원회 등,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않으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을 주체로 한 사회주의 생태운동이 필요하다는 설명으로 2강은 마무리되었다.

3강 기후위기 대응, 노동자가 중심에 서야 한다

3강에서는 우선 기후운동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았다. 강사는 1850년부터 1989년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은 753기가 톤이고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은 722톤으로, 140년 동안 배출된 이산화탄소만큼이 25년 사이에 배출되었음을 보이며, 1988년 IPCC가 창설되고 1992년 리우 환경정상회의가 개최되었을 때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나갔다면 지구온난화는 지금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현실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신자유주의 공세가 가속화된 시기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의 한 내용을 소개하며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통해 기후운동은 지배계급이 행동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2018년 툰베리가 지배계급의 무행동(inaction)을 비판하면서 등장해 아직 자본주의가 그 원인이라고 명확히 말하지는 않지만 기후위기가 현재의 정치경제체제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설명 후 자본주의가 왜 기후위기와 같은 생태문제를 낳는지 다시금 상세히 설명했다. 강사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이윤을 생산의 목적으로 삼는데, 이 이윤은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착취하는데서 나온다. 따라서 이윤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생산은 인간과 같은 주체적 요인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산수단이나 원료와 같은 객체적 요인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윤을 목적으로 노동자를 무제한으로 착취하는 것은 자연에서 나오는 생산수단과 원료의 투입과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배출이 계속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노동자 착취와 자연 파괴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자본주의의 지배계급인 자본가계급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기존 기후운동은 반자본주의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고, 사회주의 세력은 이러한 기후운동 담론을 추종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강사는 설명했다.

강사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요구를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와 결합시킬 수 있는 과도적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설명했고, 아래와 같은 과도적 요구를 소개했다.

–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0년 대비 50%로 감축, 2050년까지 완전한 배출 제로 달성
–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천연가스를 포함한 모든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
– 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국유화 및 노동자·민중의 통제
– 철강산업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공법으로의 전환
– 공공교통의 완전한 공영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의 개편 및 무상화
– 야간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에너지 소비량 감축

또한 과도적 요구를 가지고 투쟁할 수 있는 실천방안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주의적 관점과 입장을 수립하기 위한 자체 학습 강화, △대대적인 노동자 교육선전 사업 전개, △과도적 요구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실천 전개, 사회주의 생태운동 세력 형성, △사상투쟁의 전개를 제시했다.

기후문제, 노동문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모두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문제

12월 10일 강좌가 마무리된 후, 강좌 참석자들이 각자 강좌를 들은 소감을 말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요즘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애매하지 않게 사회주의를 내걸고 기후위기에 맞서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 자본주의에서는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소비를 강요하고 이로 인해 기후위기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강좌를 통해 그 보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 생산양식 그 자체가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을 알았고 대중들의 조직된 힘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는 소감도 있었다. 다른 참석자는 국유화, 노동시간 단축, 야간노동 철폐와 같은 과도적 요구는 노동운동에서도 중요한 요구로, 이 요구들을 보면서 기후문제, 노동문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자본주의의 현상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생태론 강좌를 다시 듣는데, 정말 사회주의 생태론의 보편화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발언한 참석자도 있었다. 이어서 강사들도 소감을 이야기하였다. 박준규 강사는 기후위기의 주범이 자본주의라는 데 대한 참석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데에 보람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황정규 강사는 기후운동과 노동운동도,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도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이것을 총체적으로 연결할 관점과 운동이, 즉 사회주의 운동의 관점에 선 기후운동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짧은 강좌라 아쉬움도 있었지만, 강좌 참석자들의 성실한 참여와 진지한 마음가짐이 강좌를 준비한 강사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앞으로 사회주의 생태론 강좌이 계속 열려 보다 많은 분들을 강좌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