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맞선 투쟁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투쟁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계급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의 노동운동은 그런 역할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기력한 상태에 있다. 노동운동이 이런 상태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에 맞선 힘찬 투쟁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노동조합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는 6월 2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다음의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다.

– 자본가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는 노동조합 운동의 문제는 무엇인가?

–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노동조합 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노동조합 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 발제는 이영수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조직위원장이 맡았다. 그리고 토론자로는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과 하종문 노동전선 영남권 교육위원장이 참여하였다. 사회는 황정규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사무처장이 담당하였다.

발제: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노동조합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영수 발제자는 노동조합 운동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바꿔나가야 할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하였다. 이영수 발제자는 현재 노동조합 운동의 문제는 자본가 정치세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귀족노조’라는 공격에 대해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것, 강력한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관성적인 투쟁을 반복하는 것, 계급의식 강화를 위한 노력이 없고 변혁적 전망을 상실한 것, 이렇게 네 가지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자본주의는 그대로 존속하고 노동자들의 고통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노동조합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노동조합운동이 해야 할 과제 다섯 가지로, 사회주의적 관점의 노동조합 운동 건설, 대대적인 노동자 학습운동 전개, 조합주의 극복과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의 강화, 노조운동 내 사회주의 활동기풍의 확립, 노동조합 내 사회주의 그룹의 형성을 제시했다.

이영수 발제자는 최근 정세와 관련하여,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이영수 발제자는 자본주의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각해질 것인데 이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삶이 악화되면 윤석열 정권은 여기에 전혀 대응하지 못할 것이고, 지지율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노조탄압에 대응하는 정도의 퇴진투쟁이 아니라 더 나아간 투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자유주의세력과 수구세력 모두 대안이 될 수 없고, 대안세력으로 사회주의세력을 가시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현장 내에서 노동자들의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이 이끌어내질 수 있도록, 사회주의자들이 선전사업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이영수 발제자는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만드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을 강화시킨다는 것과, 반자본주의·사회주의를 분명히 하는 노동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요약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하였다.

토론자들의 토론문 발표

첫 번째 토론자인 고진수 토론자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활동하면서 제대로 된 노조활동에 눈뜨게 되었다고 하면서, 발제문 내용에는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기본적인 활동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노동조합 현실에서 사회주의적 관점에서의 노동조합 운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노동조합이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본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힘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반노동자적 행태와 어용 행태에 대해 분명히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진수 토론자는 또한 민주노총이 노동악법 개악 반대 정도가 아닌 노동악법 전면 재개정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였으며,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 그 다음의 명확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 이러한 전망도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하종문 토론자는 지금 운동의 위기는 미래에 대한 변혁적 전망이 부재하다는 점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노동조합이 변혁적 전망보다 노동법 틀에 갇힌 노동사무대리인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하였다. 하종문 토론자는 박근혜 퇴진 촛불투쟁을 예로 들며, 노동운동이 정권을 흔들 정도의 힘은 가졌으나 그 이후 세상에 대한 대안 제시는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자본가에 맞서 싸울 사회주의자들을 만들어야 하고, 전망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현장 학습모임, 현장 노동자 신문과 같은 대안 언론, 전국적 활동가조직·정치조직 및 혁명적 강령 마련, 일상 활동 복구 등을 제시했다.

패널 간 토론 및 소주제 토론

발제와 토론문 발표가 모두 끝난 뒤에는 패널 간 토론 및 소주제 토론이 진행되었다. 우선 토론자들에 대한 이영수 발제자의 답변이 있었다. 이영수 발제자는 고진수 토론자에 대해, 사회주의적 관점의 노동조합 운동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노조에서 투쟁을 15년간 진행한 후 투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적 관점의 노동조합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답변하였다. 하종문 토론자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비슷해서 반가웠다는 답변을 하였다.

발제자와 토론자 간 토론에서, 하종문 토론자는 현안 문제에서 승리하는 경험이 중요하지만 그런 승리를 훨씬 중요하게 만들어야 하고, 전망을 만들기 위해 근본적 주장을 해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고진수 토론자는 현실 투쟁을 하면서 시각이 협소해질 수 있는 것 같고, 현장의 노동자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발언을 하였다.

소주제는 1. 민주노총은 왜 자본가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는가? 2. 노동자는 왜 자본주의와 싸워야 하고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워야 하는가? 3. 사회주의적 관점에서의 노동조합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은 무엇인가? 그리고 민주노총이 자본주의와 싸우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4. 민주노총 내 사회주의 그룹이 왜 필요하며, 그것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4가지가 준비되었다.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소주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추가의견이 없었다. 세 번째 소주제에서는 이영수 발제자가 금속노조 등에서의 학습이 자본주의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게끔 충실히 되지 않는다는 등의 예를 들며 학습과 선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였다. 네 번째 소주제에서는 하종문 토론자가 민주노총이 대중조직이긴 하지만 활동가들을 양성하는 것일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활동가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청중 토론

이어서 청중 토론이 진행되었다. 한 청중은 금속노조 같은 산별노조가 사회주의적인 내용으로 교육을 하면 큰 효과가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다른 한 청중은 사회주의 그룹 형성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각 조직이 자체 조직화를 하고 서로 연대를 적극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다른 청중이 토론회에서 제시된 방안들이 이전부터 제시해 온 내용들인데 그 동안 조직들이 이것을 안 해와서 문제라고 하였다. 그리고 조직들의 경우 선거에 집중하고 내용들이 없다면서, 실제로 공동활동도 제대로 안 되었다면서 일례로 서울에서 공동정치학교를 제안했는데 성사가 안 된 사례를 들었다. 또 다른 청중은 사회주의 관점에서 정치활동을 어떻게 할 지 관심이 있고 그 상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사회자가 해당 청중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상이 무엇인지를 질문하였고, 청중은 과거 자신의 활동을 돌아보며 노동자가 인식을 확보하는 과정을 만들어야 하고, 한 명이라도 사회주의자를 조직하기 위해 활동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마무리 발언

마지막 순서인 마무리 발언으로 하종문 토론자는 현재 자신이 김해노동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한 번 해보자’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고진수 토론자는 사람들을 조직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전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영수 발제자는 반복되는 노조 투쟁을 넘기 위해서 사회주의적 운동이 필요하고,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분들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 본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번 토론회에서도 그러한 점을 보았고, 앞으로 사회주의, 반자본주의 운동을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발언하였다.

토론회는 두 시간 넘게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패널들과 청중들은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노동조합 운동을 한다는 것이 무엇일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일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였다.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에서는 앞으로도 사회주의적 관점에서의 노동조합 운동을 만들고 그 문제의식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해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토론회 생중계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