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운동을 하다 보면 종종 주변에서 듣는 질문들이 있다. “사회주의가 무얼 하자는 거냐?”, “사회주의 좋은 것 같은데 어떤 방향으로 가자는 거냐?”는 식이다. 이번 새로운 사회주의 강좌는 그러한 질문들에 명쾌한 해답을, 더 나아가 지금 우리들의 삶에 중요한 문제들을 어떻게 사회주의가 해결해나갈 수 있는 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강의들로 구성되었다.

7월 21일 저녁 7시 30분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사무실에서 개강한 새로운 사회주의 강좌는 총 6주에 걸쳐 진행된다.

1강: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잡기 위한 문제의식,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성두현 강사)

2강: 생태문제와 사회주의(황정규 강사)

3강: 여성억압 문제와 사회주의(김민재 강사)

4강: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성두현 강사)

5강: 생산과 유통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식적 통제(황정규 강사)

6강: 노동자 국제주의(성두현 강사)

강좌에 앞서 간략한 입학식이 진행되었다. 입학식은 강좌 간사를 맡은 이석훈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 회원의 사회로, 강좌 취지소개, 강사 인사, 학생들의 자기소개, 강좌 공지사항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강좌에는 청년, 대학생, 노동자, 활동가들이 수강신청을 하여 새로운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입학식 후 곧바로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잡기 위한 문제의식,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 강의로 이어졌다. 성두현 강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착취와 억압을 비롯해 과도한 경쟁, 기후위기, 제국주의 갈등과 전쟁 등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사회주의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오랜 분단·반공체제 속에서도 점점 사회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민중들의 삶의 문제들이 악화되고 촛불 집회 이후 자유주의정권이 등장하면서 반자본주의, 사회주의적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사실상 자유주의세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 정치지형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회주의의 내용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논의와 토론을 할 필요가 있는 시기라고 짚었다.

성두현 강사는 이후 새로운 사회주의를 얘기하게 된 3가지의 문제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사회주의운동, ‘현실 사회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여기에서 도출된 교훈을 새로운 사회주의에 반영하는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사회주의 체제는 현실 속에서 등장하기도 붕괴하기도 했는데, 사회주의 운동은 이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두 가지의 입장, 앞선 사회주의노동운동의 역사를 모두 부정하는 기회주의적 청산주의와 ‘현실 사회주의’의 오류를 변호론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을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문제의식은 생태, 여성, 소수자 문제 등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제기된,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생태, 여성, 소수자 문제 등을 별도의 영역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총체성을 견지하면서 바라봐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문제의식은 스탈린주의에 의해 왜곡된 맑스주의를 복원하는 것이다. 흔히 알려져 있는 사회주의 내용, 대표적으로 당이나 수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것 등은 스탈린주의이며, 이러한 왜곡된 사회주의 내용을 극복하고 본래의 맑스주의의 풍부한 뜻을 복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성두현 강사는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에 대해 강의했다. 사회주의 하면 떠오르는 생산수단의 사회화, 계획경제 등도 핵심적인 내용이지만, 사회주의 사회는 ‘모든 억압과 착취가 없어지는 사회’이며 사회주의의 출발이 인간해방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노동자계급은 사회 전체를 모든 착취와 억압, 모든 계급 차별들과 계급투쟁들로부터 해방시키지 않고서는 자신의 해방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노동자계급은 사회 전체의 모든 억압과 착취를 끝장낼 때에야 비로소 스스로의 해방도 쟁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맑스와 엥겔스는 이러한 인간해방의 뿌리에서 시작하여, 착취와 억압을 끝내기 위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폐지와 상품생산 폐지, 노동자국가 수립이라는 실천적 과제로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인간해방운동이라는 사회주의운동의 중요한 지점이 운동의 전개과정에서 점차 뒤로 밀리고 사회주의를 경제주의적, 구조주의적으로 협소하게 이해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에, 이러한 관성과 단절하고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회주의를 제도의 도입으로 보거나 어떤 모델을 수립하거나 도입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태도를 철저히 극복하고, 노동자계급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와 사회 전반을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시켜가는 운동으로 인식하고, 이 과정에서 구체적 현실에 맞는 수단과 경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성두현 강사는 인간해방이라는 문제의식을 다양하게 적용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가령 생태문제의 경우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도 변하지 않으며, 인간 간의 관계가 비합리적인데 인간과 자연, 동물 간의 관계가 합리적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가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를 파괴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여성억압의 기원에 대한 유물론적 인식과 결합할 때 여성문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운동들의 문제의식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의식을 수용할 때 병렬적으로 결합할 게 아니라 사회주의적인 총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가 끝난 뒤 질의응답과 토론이 진행되었다. 한 수강생은 현실 사회주의가 비록 붕괴했지만 분명 자본주의보다 나은 점이 있었는데 이를 강조하는 식의 운동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성두현 강사는 분명 현실 사회주의 사회가 자본주의보다 나은 점은 있었으나 그 사회로 돌아가자는 식의 방향은 대중들이 대안으로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수강생은 현실 사회주의에서 일어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자료에 입각해서 사회주의를 보고 현실에 적용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1강에서는 실천과정에서의 방향을 얘기하는 것이고, 이는 소위 좋아 보이는 것들을 취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서 노동자국가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을 계승, 비판, 발전시키는 식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의견을 제시했는데, 성두현 강사는 그러한 국가들을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지 논쟁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그러한 모델을 내세웠을 때 대중들이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다. 한 수강생은 기후운동이 기후정의운동이라고 영역화하고 있는데 기후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반자본주의운동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여전히 기후운동과 반자본주의운동을 병렬적이고 독자적인 운동 노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점이 지적되었다.

수강생들은 강의 내내 집중하여 내용을 듣고 공감하였으며, 질의응답 및 토론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며 열의를 내비쳤다. 8월 25일까지 진행될 강좌에 수강생들은 진지한 태도로 열심히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로 인해 여러 문제들에 직면해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주의의 문제의식과 내용들을 고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이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활발하게 토론이 되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새로운 사회주의 강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