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윤석열정권 퇴진 9대 요구 오픈세미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오픈세미나에서는 최근 상황을 반영하여 업데이트한 9대 요구 자료집의 서문이 배부되었습니다. 업데이트한 9대 요구 서문을 참고하실 수 있도록 올립니다.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는 2023년 5월 25일 윤석열정권 퇴진 투쟁을 전개함에 있어 이미 발표되었던 과도적 요구 중 정세에 특히 부합하는 요구들을 9대 요구로 정리하여 제출하였다. 당시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는 무능, 무도하고 민생을 파탄내고 미, 일에 굴종하는 윤석열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몰아내야 하고, 퇴진 투쟁 과정에서 물가폭등, 실업과 비정규직, 부채 등 민중의 삶의 문제들과 직결된 요구를 제기하며 싸워야 하며, 지난 박근혜정권 퇴진 투쟁 때의 경험과는 달리 이번 윤석열정권 퇴진 투쟁은 민중들의 삶의 문제가 해결되고 민중들의 삶이 실제로 나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후 윤석열은 2024년 12월 3일 무모한 비상계엄 선포로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민중들의 분노를 폭발시켰고, 민중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윤석열정권이 끝장났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정권 퇴진 이후 자유주의세력과 구별되는, 사회주의·진보세력의 명확한 대안사회상을 제시하며 투쟁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친위쿠데타 이후 거리로 나온 민중들은 윤석열정권을 몰아내는 것과 함께 물가, 일자리, 주거 등 계속 악화되어 온 자신의 삶의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정권 퇴진투쟁 때 민중들이 촛불을 들고 싸웠는데도 삶이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효능감이 저하되었던 역사적 흐름을 고려할 때 민중의 삶의 문제 해결이라는 과제가 이번에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재명이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민중들은 더불어민주당을 흔쾌하게 윤석열정권의 대안으로 여기거나 이재명정권에 대해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대안을 원하고 있기에,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대안사회상을 민중들에게 적극 제시하면서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실제로 윤석열정권 이후 제시되고 있는 대안들은 그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 하나의 사례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의 ‘사회대개혁’ 요구다.

비상행동 결성 당시부터 윤석열정권을 퇴진시키는 것과 함께 ‘사회대개혁’도 중요하게 내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었다. 그 때문에 비상행동의 정식 명칭에도 ‘사회대개혁’이 포함되었고 비상행동에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회대개혁특위’)가 설치되어 127개 단체가 참가하였다(2025년 1월 24일 제2차 전체회의 당시 기준). 사회대개혁특위는 2025년 1월 3일 제1차 전체회의를 열어 활동을 시작하였고, 2월 말경 사회대개혁 과제를 일차적으로 정리하였으며 3월 9일에는 정리된 과제에 대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물론 사회대개혁은 애매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세상이 바뀌어야 된다는 것은 수긍하면서도 급진적으로 나가려고는 하지 않는 태도가 반영된 용어로서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사회대개혁특위가 설치된 것은 많은 민중들이 윤석열정권 이후 우리 사회와 민중들의 삶이 달라지기를 강력하게 바라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여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는 사회대개혁특위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비상행동의 ‘사회대개혁’ 요구는 삶이 달라지는 새로운 대안을 원하는 민중들의 이런 열망을 받아안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12개 분야(11개 의제, 1개 특별과제)의 118개 사회대개혁 과제가 도출되었는데, 이는 요구의 전체적인 상에 대한 토론은 없이 분야별로 각 참여단체들이 평소에 제기하던 요구들을 백화점식으로 정리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요구들의 정치적 내용이 대체로 자유주의 수준에 머물렀고,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공약집이라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감흥이 없을 정도로 밋밋한 내용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재벌 문제와 관련된 요구는 ‘소득, 자산 양극화 해소와 공정한 시장질서 구축 위한 재벌 개혁’이라는 제목 하에 ‘재벌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 방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재벌 대기업 경제력 집중 방지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였고 그 구체적인 내용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더불어민주당마저도 감흥이 없을 정도로 밋밋한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사회대개혁특위는 이러한 요구들을 민중을 주체로 세우는 투쟁 요구로 제기한 것이 아니라 야당 대선후보에게 제안하기 위한 정책 요구로 정리하였다.

이제 완전히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민중들은 분명히 물가폭등, 일자리, 비정규직, 주거문제 등 절실한 삶의 문제들의 해결을 바라고 있다. 윤석열정권을 민중들의 힘으로 끝장낸 지금 이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다. 한국 사회는 윤석열정권 이후 민중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전진하느냐, 아니면 해결하지 못하고 퇴보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해결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악화시키는 주범인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 가령 물가가 폭등한 이유는 자본가계급과 중앙은행이 2020년 세계대공황으로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해 역대급의 규모로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 역시 경제가 성장해도 그만큼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심지어 줄어들기도 하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자본주의의 특성 때문에 계속 악화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역시 이를 통해 이윤을 확대하려는 자본가들로 인해 계속 양산되어 온 것이다. 주거문제와 부동산 투기도 자본주의에서 지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악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민중의 절박한 삶의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과 자본주의와 싸우는 투쟁을 결합시키며 민중의 삶이 실제로 바뀔 수 있는 과감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민중들의 주체적 상태는 아직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의식과 행동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도적 요구’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가 제시하는 9대 요구는 과도적 요구의 성격을 갖는다. 과도적 요구란 그 자체로는 최대강령적 요구는 아니지만 용어 자체가 함축하듯이 최대강령적 요구로 발전해가는 전망을 갖는 요구이다. 최대강령적 요구란 자본주의의 틀 자체를 넘어서는 요구를 뜻하고, 반면 자본주의의 틀 자체를 넘어서지는 않는 일상적 개량적 요구는 최소강령적 요구로 불리는데, 과도적 요구는 그 자체로는 자본주의의 틀을 벗어나는 요구는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이러한 요구로 발전해가려는 전망 속에서 제출되는 요구다. 예를 들면 은행과 기간산업의 국유화 요구는 그 자체로는 최대강령적 요구가 아니다. 그러나 이 요구는 투쟁의 발전 속에서 주체의 노력에 의해 생산수단의 사회화라는 요구로 발전해갈 수 있는 요구이다. 이런 의미에서 은행과 기간산업의 국유화 요구는 생산수단의 사회화와 같은 최대강령적 요구로 접근발전해갈 수 있는 ‘과도적인’ 요구이다. 그래서 과도적 요구는 노동자 민중의 현실의 주체적 상태에서 출발하되 이 주체적 상태를 빠르게 발전시켜, 현재의 실제로 낮은 주체적 상태와 객관적 위기에 조응하는 주체적 상태 사이의 간극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정권이 등장하였지만 자본가정치세력으로서, 성장을 강조하고 윤석열의 부자감세를 유지하고 있는 등 최근 친자본 본색을 노골화한 이재명 정권은 자본주의를 건드릴 의지도 능력도 없기에 민중들의 이런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이재명정권의 한계를 정권 초기부터 폭로하고 9대 요구와 같은 과도적 요구를 제기하면서 민중들의 삶의 문제가 해결되는 뚜렷한 대안을 민중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체제와의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대안세력으로 등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9대 요구와 같은 과도적 요구가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