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대오 발족선언문(안) 해설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는 2020년 9월 6일 구성되어 본조직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본조직 출범을 앞두고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는 발족선언문(초안)을 마련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발족선언문(안)을 마련하였다.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는 이 발족선언문(안)을 본조직 출범 전에 토론용으로 제출하고 사회주의 대오 창립 총회에서 발족선언문을 확정할 예정이다.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가 제출하는 발족선언문(안)은 내용과 형식에서 사회주의 정당의 강령초안 자체는 아니지만 많은 점에서 강령초안에 준하여 작성되었다. 때문에 내용과 형식에서 앞으로 건설할 사회주의 정당의 강령초안과 질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없다. 이런 점에서 발족선언문(안)의 제출과 토론은 앞으로 있을 사회주의 정당 강령초안 논의를 준비하는 의의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 대오에 직접 참여하려 하는 동지들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많은 동지들이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기를 기대하면서 발족선언문(안)을 제출한다.
1. 사회주의 대오 추진위원회가 제출하는 발족선언문(안)의 특징
발족선언문(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해설하기 전에, 발족선언문(안)의 특징을 밝히기 위해, 발족선언문(안)을 작성할 때 무엇을 주요하게 고민하고 강조하였는지를 먼저 밝혀 보도록 하겠다.
1) 발족선언문(안)은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폭로가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폭로로부터 출발하였다.
– 발족선언문(안)은 자본주의로부터 출발하여 자본주의의 제국주의단계, 현대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상승하며 비판, 폭로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의 기본적 본질을 비판, 폭로하고,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른 모순의 심화를 다룬 후, 여기에서 곧바로 사회주의혁명의 필연성을 도출하고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임무, 사회주의자, 사회주의정당의 임무와 사회주의운동의 국제적 성격을 순차적으로 다루었다. 이런 후에 제국주의, 현대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비판, 폭로하고 있다.
– 이렇게 출발한 이유는, 사회주의운동과 사회주의혁명이, 바로 자본주의의 모순의 산물임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를 토대로 하여서만 사회주의적, 사회주의 혁명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 만약 역의 방향으로 발족선언문(안)을 작성하면 사회주의운동과 사회주의혁명이 자본주의와 갖는 기본적인 관계를 분명하게 드러낼 수 없게 되고 반제국주의와 반신자유주의로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를 해소시킬 위험성이 높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일반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시점이 현재와 더 가깝고, 그래서 이를 먼저 다루는 것이 더 실천적일 것 같은 인상을 만들어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를 먼저 다룰 경우 사회주의운동의 내용을 오히려 더 협소하게 제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스탈린주의화된 공산당 대부분의 강령이 독점자본주의, 제국주의로부터 출발하여 반독점, 반제를 강조하고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실현이라는 궁극적 과제의 실현을 강령 말미에 구색맞추기식으로 기계적으로 결합하여 배치하는 것은 기회주의화와 무관하지 않다.
– 발족선언문(안)의 체계는 독점자본주의, 제국주의, 신자유주의로부터 출발하는, 현재 유행하는 강령체계가 아니라, 1917년에 레닌이 제안한, 자본주의로부터 출발하여 독점자본주의, 제국주의로 상승하는,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강령개정초안의 체계를 따르고 있다(덧붙이면, 당시 강령개정과 관련하여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강령 중 자본주의부분 전반을 삭제하고 곧바로 제국주의로부터 출발하자는 제안에 대해서 레닌이 반대한 이유[1]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 발족선언문(안)은 자본주의로부터 출발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일반과 제국주의단계의 자본주의를 뒤섞어서 다루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이 방식이 두개 다 모두를 풍부하게 폭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2) 발족선언문(안)은 개량주의적 정당들의 강령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원리적 부분을 강조하고 실천적 부분은 최대한 압축하여 작성하였다. 실천적 부분 중 부분적 요구는 노동 부분만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 대체로 개량주의정당들의 강령은 원리적 부분을 상징적인 언어로 공허하고 짧게 형식적으로 다루고 실천적 부분에서 분야별 요구를 길게 나열하는 경향이 있다(영국노동당, 독일사민당의 강령).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책수준의 내용들을 그때그때 추가하여 갈수록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 이와 대조적으로 발족선언문(안)은 원리적 부분을 강조하여 작성하여 발족선언문(안) 전체에 사회주의의 핵심적 내용들이 관통되도록 하였으며 이와 비교하여 실천적 부분은 최대한 압축적으로 작성하여 요구의 내용들을 간명하게 하였다. 지나치게 세세한 요구들의 나열은 발족선언문(안)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족선언문(안)의 내용적 포괄성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피했다. 세세한 요구들은 결의나 정책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부분적 요구는 특별히 노동 부분만을 강조하고 여타의 부분적 요구는 실천적 부분의 일반적 요구로 압축하여 서술하였다.
3) 사회주의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비중있게 다루었다.
– 러시아 공산당이 1919년 개정강령안을 채택하였을 때 사회주의운동과정에서 발생한 제2 인터내셔널의 붕괴와 러시아 10월 사회주의혁명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다루었듯이 발족선언문(안)은 러시아 10월 사회주의혁명 이후의 혁명의 전진과 변질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 때문에 발족선언문(안)이 조금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사회주의’를 포함하여 기존의 사회주의운동에 대한 평가 없이 발족선언문(안)을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제출하지 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4) 사회주의의 현대화를 최대한 발족선언문(안)에 반영하려고 하였다.
– 사회주의운동이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를 실현하려는 대중적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혁신, 현대화하여야 한다. 발족선언문(안)은, 현실사회주의의 실패에서 교훈을 끌어내고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생태, 여성, 소수자 문제 등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제기된,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것, 스탈린주의에 의해 왜곡된 맑스주의를 복원하는 것을 혁신과 현대화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이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5) 당건설을 위한 사회주의 대오의 당면 임무와 결의를 분명하게 표현했다.
– 사회주의 대오는 실제로는 활동내용에서 질적으로 사회주의정당과 차이가 있는 조직은 아니지만 사회주의 정당 자체는 아니고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조직적 과제로 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정당 건설 역량을 강화하는 과제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사회주의 정당 건설 결의를 강조했다.
2. 발족선언문(안)의 전체체계
– 발족선언문(안)은 크게 나누어 [Ⅰ] 원리적 부분, [Ⅱ] 실천적 부분, [Ⅲ] 사회주의 정당건설을 위한 사회주의 대오의 당면 임무와 결의로 구성되어 있다.
– 다시 [Ⅰ] 원리적 부분은, 네 부분(1.자본주의와 사회주의혁명, 2.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단계와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혁명시대의 도래, 혁명과 반혁명, 3.현대자본주의의 위기와 자본의 반동적인 신자유주의공세, 4.사회주의운동은 새롭게 고양되고 있다.)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자본주의와 사회주의혁명’에서는 자본주의사회의 기본특징, 자본주의사회의 발전경향, 자본주의적 집적과 집중, 공황,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등 자본주의를 다루고, 이어 사회주의혁명의 필연성, 사회주의혁명의 내용과 의의,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임무, 노동자계급 외 다른 피억압계급에 대한 태도, 노동자국가, 사회주의자와 사회주의정당의 임무, 노동자국제주의, 새로운 인터내셔널의 창립필요성 등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운동을 다루고 있다. 1. 부분은 발족선언문(안)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발족선언문(안) 전반을 관통하는 원리중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2.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단계와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혁명시대의 도래, 혁명과 반혁명’은 자본주의의 제국주의단계로의 진입, 제1차 제국주의세계대전, 러시아 10월 사회주의혁명의 발발,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역사적 이행시기의 시작, 세계사회주의혁명운동과 민족해방투쟁의 고양, 제3인터내셔널의 창립을 다룬 후, 자본가들의 반동적인 역공세와 세계사회주의혁명의 좌절과 이의 귀결로서의 제2차 제국주의 세계대전의 발발과 러시아 10월 사회주의혁명의 변질을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다.
‘3. 현대자본주의의 위기와 자본의 반동적인 신자유주의공세’는 제2차세계대전후 자본주의의 예외적인 장기호황, 70년대 초반 구조적인 장기불황의 시작과 자본의 반동적인 신자유주의공세, 신자유주의공세의 본질과 미국발 세계공황의 발생, 2020년 세계대공황의 발발, 현대에서 더욱더 심화되고 있는 자본주의적 야만의 양상, 인류생존의 문제로서의 사회주의 등을 다루고 있다.
‘4. 사회주의운동은 새롭게 고양되고 있다.’는 ‘현실사회주의’의 붕괴가 야기한 사회주의운동의 역사적 후퇴, 이 후퇴의 역사적으로 제한된 성격, 여전히 유효한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시대규정, 사회주의운동의 새로운 고양을 지적한 후, 대안적 사회주의를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의식적 통제’, ‘노동자국제주의’로 요약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부분은 발족선언문(안)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대안적인 사회주의를 제시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Ⅱ] 실천적 부분은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를 다루고 있는데 먼저 한국 사회에서의 자본주의적 모순의 심화를 지적하고 이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노동자, 민중이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사회주의밖에 없음을 사회주의 대오가 분명히 제시하고 투쟁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요구사항을 27개항의 일반적 요구사항과 16개항의 노동부분 요구사항으로 압축하여 제출하고 있다.
– [Ⅲ] 사회주의 정당건설을 위한 사회주의 대오의 당면 임무와 결의 부분은 사회주의 정당건설을 위한 사회주의 대오의 당면 임무와 결의를 밝히며 발족선언문(안)을 마무리하고 있다.
3. 항목별 해설
이하에서는 발족선언문(안) 중 특별히 강조하거나 부연 설명해야 할 항목을 갖고 해설하도록 하겠다. 용어상의 해설이나 이론상의 해설은 대부분 생략한다.
[Ⅰ]
1.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혁명 중에서
1) 이 부분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회주의운동의 기본원리를 다루고 있다.
2. 발족선언문(안)의 전체체계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이 부분은 자본주의사회의 기본특징, 자본주의사회의 발전경향, 자본주의적 집적과 집중, 공황,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등 자본주의와, 사회주의혁명의 필연성, 사회주의혁명의 내용과 의의,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임무, 노동자계급 외 다른 피억압계급에 대한 태도, 노동자국가, 사회주의자와 사회주의정당의 임무, 노동자국제주의, 새로운 인터내셔널의 창립필요성 등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운동을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은 분량은 작지만 발족선언문(안)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발족선언문(안) 전반을 관통하는 원리중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원리들에 대한 해설은 생략한다.
2)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자신의 행위가 되어야 한다.’
발족선언문(안)의 이 짧은 문장은 대리주의에 대한 반대를 함축하고 있다. 이 명제는 맑스주의의 기본원리 중에서도 기본원리이다.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그것이 어떠한 선의의 세력에 의해서든 대신 될 수 없다. 만약 혁명의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그 혁명이 변질되기 시작하였다는 징조일 뿐이다. 대리주의는 새로운 지배피지배관계, 억압관계를 가져올 뿐이다. 러시아의 경험은 이를 입증하였는데 러시아 10월 사회주의 혁명이 변질되기 시작한 단초도 대리주의의 출현이었다. 러시아에서 노동자민주주의가 변질된 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대략 세 가지 과정의 결합(당의 대리주의적 실천의 강화, 공산당 일당제, 당내민주주의의 제한, 축소, 실종)[2]으로 여기서 당의 대리주의적 실천의 강화는 그 단초를 이루었다. 혁명과정에서 가장 민주적인 노동자국가형태를 보인 소비에트는 내전기간동안 형해화되고 당의 대리주의적 실천이 강화되었는데 이는 노동자민주주의를 왜곡하기 시작하였다.[3]
발족선언문(안)은 ‘현실사회주의’의 실패의 경험 속에서 더욱더 자명해진 이 맑스주의의 기본원리를 철저히 되살리기 위해 이 구절을 삽입하고 있다.
3) 노동자국가의 수립
– 사회주의혁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은 부르주아국가를 폐지하고 노동자국가를 수립하여야 한다. 무정부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부르주아국가의 폐지와 함께 곧바로 모든 국가의 폐지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사회주의혁명의 실현을 위해서는 노동자국가가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
– 노동자국가는 부르주아국가와 똑같이 계급국가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이 새로운 특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립하는 국가가 아니라 계급자체를 폐지하기 위해 수립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이 국가는 계급의 폐지와 함께 소멸해가는 국가이다.
– 노동자국가의 이러한 내용에 조응하여 노동자국가는 부르주아국가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역사는 이미 파리콤뮨과 소비에트를 통해 그 경험을 제공해주었다. 파리 콤뮨은 비록 몇 주 밖에 존재하지 못했지만 노동자국가가 취할 국가형태의 특성을 잘 보여주었다. 맑스는 「프랑스에서의 내전」에서 파리콤뮨은 “본질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정부(강조는 맑스)이고, 착취자 계급에 대한 생산자계급의 투쟁의 소산이며, 노동의 경제적 해방을 완수하기 위한, 마침내 발견된 정치형태”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 맑스는 그 형태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 상비군의 폐지와 무장한 인민으로의 대체(“그래서 콤뮨의 최초의 정부명령은 상비군을 폐지하고, 그것을 무장한 인민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 공직의 선출과 소환(“콤뮨은 파리각구에서 보통선거에 의해 선출된 시의원으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책임을 진다. 언제나 해임시킬 수 있었다. 그들의 대다수는 당연히 노동자이거나 노동자계급의 공인 받는 대표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제까지 국가정부의 도구였던 경찰은 그 모든 정치적 속성을 즉시 벗어던지고, 책임을 진다. 언제라도 해임시킬 수 있는 콤뮨의 도구로 변화된다.”, “다른 모든 행정부문의 관리도 마찬가지이다.”)
∙ 행동적 기관(“콤뮨은 의회식의 기관이 아니며 동시에 집행하고 입법하는 행동적 기관이어야 한다.”)
∙ 노동자의 임금수준(“콤뮨의원과 그 이하의 공무는 노동자의 임금수준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파리콤뮨이 보여준 노동자국가의 형태는 노동자들이 국가의 운영에 최대한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을 대표하는 자들이 자신으로부터 독립적인 세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는 형태였으며 의회식이 아니라 입법과 행정이 통일된 형태였다.
역사상 노동자국가의 형태를 보여준 또 하나의 예는 소비에트이다. 소비에트는 많은 점에서(선출, 소환제, 입법적 기능과 행정기능의 통일, 인민의 무장 등) 파리콤뮨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었고 부르주아지의 진압 속에서 붕괴된 파리콤뮨과 달리 10월 혁명 승리의 굳건한 토대가 되었으며 노동자 투쟁기관에서 국가기관으로 전환하였다.
– 이상의 내용들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서 발족선언문(안)은 앞의 둘은 [Ⅰ]의 1에 반영하고 있고 노동자국가의 유형은 [Ⅱ]의 요구 1)~4)에 반영하고 있다.
4) 인터내셔널의 창립문제
– 발족선언문(안)은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이 인터내셔널의 창립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것을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국제주의의 과제를 적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터내셔널이 부재한 조건에서도 노동자국제주의는 계속 실천되어왔다. 그러나 고도로 진행된 자본의 세계화와 대조적으로 인터내셔널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은 수십 년간 세계사회주의혁명운동이 얼마나 수세적인 위치에 처해왔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발족선언문(안)은 이를 극복해갈 결의를 표현하고 있다.
– 그러나 제3인터내셔널의 창립과정에서 보이듯 인터내셔널의 창립은 주체적 기본역량이 확보되고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이 새롭게 고양되는 조건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 러시아 10월 사회주의혁명의 승리와 세계사회주의혁명운동의 새로운 고양이 실제로 제3인터내셔널의 창립을 가능하게 하였다. 우리는 이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보다 실천적인 태도를 강화하는 자세로 인터내셔널의 창립문제에 접근해갈 것이다.
2.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단계와 프롤레타리아 사회주의혁명시대의 도래, 혁명과 반혁명 중에서
1)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시대 규정의 문제
– 발족선언문(안)은 러시아 10월 사회주의혁명으로 전세계적으로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역사적 이행시기가 현실에서 실제로 시작되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시대 규정은 발족선언문(안)에 의한 새로운 시대규정이 아니라 이미 러시아 10월 사회주의혁명 이후 혁명적 사회주의주의자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시대규정인데 이 시대규정은 자본주의의 반동성, 자본주의위기의 전면화를 더욱더 의식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사회주의운동이 일시적으로 패배하고 후퇴를 하더라도 기본적인 역사적 방향에서 전진과 승리의 길로 향함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하였다.
– 그리고 이러한 시대규정을 할 때에만 러시아 10월 혁명이후 자본주의가 급속한 속도로 반동화한 현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파시즘, 군국주의, 인종주의의 창궐은 이러한 시대규정을 떠나서는 설명될 수 없다. 사회주의혁명이 미래의 일로서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세계사회주의혁명이 현실의 문제가 되자 자본주의적 착취와 억압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가들은 더욱더 광폭한 반동화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설 때에, 우리는 20년 만에 또다시 제2차 제국주의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또 한 번의 인류의 대량학살이 벌어진 역사적 맥락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 이러한 시대규정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실사회주의’의 붕괴는 사회주의운동에 역사적 후퇴를 야기할 만큼 심대한 타격을 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야를 ‘역사적’ 관점으로 넓히면 시대규정 자체를 역전시킬 만큼의 것은 아니었다. 발족선언문(안)은 이점을 [Ⅰ]의 4.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사적 후퇴는, 비록 그 깊이와 규모가 심대한 것이었지만, 사회주의운동의 역사와 미래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제한적인 의미 이상을 갖지 않는다. 즉, 이 역사적 후퇴는 20세기 초반에 이미 형성된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시대, 사회주의혁명의 시대를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 이러한 시대규정은 자본주의가 현재 차지하는 역사적 위치규정과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사회주의냐 야만이냐의 문제설정도 이 시대규정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자본주의가 여전히 상승국면에 있다고 판단하면 사회주의냐 야만이냐의 문제설정은 공허한 선동문구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자본주의가 쇠퇴해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은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더욱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제 저금리와 양적 완화라는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해서만 연명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2) 러시아 10월 혁명의 변질
– 발족선언문(안)은 2.에서 러시아 10월 혁명의 변질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러시아 10월 혁명과 러시아공산당은 20년대 초반 이후 서서히 변질되기 시작하다 20년대 후반에는 완전히 변질하여 러시아 사회주의와 세계사회주의혁명운동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20세기 후반부에 발생한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의 근원도 여기에 있다.
① 러시아 10월 혁명의 변질 과정
러시아에서 최초로 혁명이 일어난 것은 러시아가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약한 고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혁명이 일어나기 쉬웠던 러시아의 조건이, 혁명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자 거꾸로 혁명의 전진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는 조건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 불리한 객관적 조건
러시아는 제1차 제국주의세계전쟁에 참가한 제국주의 나라 중에서 가장 후진국이었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혁명발발 당시 농민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라였고 생산력 수준도 낮았다. 또한 전쟁으로 이미 피폐해진 경제는 장기간의 내전과 제국주의세력의 국제적 간섭으로 더욱더 피폐해졌고 이미 언급하였듯이 유럽에서의 혁명이 지체되면서 기대되던 선진국, 특히 독일로부터의 정치적, 물질적 지원은 현실화되지 못하였다(러시아혁명과 독일혁명의 분리). 이로 인해 내전에서는 승리하였지만 내전의 종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비에트권력은 붕괴 위기로 내몰리게 되었다.
ⓑ 불리한 주체적 조건
불리한 객관적 조건에 더하여 주체적 요건도 매우 불리하였다. 우선 러시아의 후진성 때문에 노동자계급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고 10월혁명을 가능하게 할 만큼 러시아노동자계급이 매우 선진적이고 혁명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가 혁명 후 발발한 내전에서 희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의 공업생산의 붕괴와 기근을 피하기 위한 농촌이주로 노동자계급은 ‘농민화’되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노동자계급은 계급으로서 ‘해체’되고 있었다. 문제의 보다 심각한 측면은 노동자국가를 수립하고, 생산수단의 국유화조치를 취했지만 국가의 운영과 노동자관리를 실행하는 데서 노동자계급의 주체적 자치 역량이 극히 취약한 상태에 있음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노동자계급의 문화적 역량이 매우 낮았기 때문인데 이것은 관료주의의 대두를 가져왔다.
ⓒ 러시아 10월 혁명의 변질 과정
이러한 불리한 조건은 러시아 10월 혁명의 변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변질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러하다면 러시아 10월 혁명은 변질이 불가피한 것이었고 따라서 여기서 어떠한 교훈도 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것이 될 것이다(이런 식이라면 유일하게 끌어낼 수 있는 교훈은 애당초 러시아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 될 것이다.).
불리한 조건이 가장 먼저 초래한 것은 급속하게 공산당의 ‘대리주의적 실천’이 강화된 것이었다. 내전기간 중 소비에트는 점차 형해화되고 계급을 대신하여 당이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사태를 더욱더 악화시킨 것은 NEP(신경제정책)를 취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소비에트 권력이 붕괴 위기에 처하게 되자 공산당 외에는 모든 정치세력을 불법화하고 유일한 합법정당이 된 공산당 내에서 위기상황에서 당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당내분파형성권의 일시적 정지라는 중대한 당내민주주의 제한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이 중 특히 당내분파형성권의 일시적 정지는 치명적인 오류였는데 그 이유는 공산당이 유일하게 합법정당이 된 조건에서 공산당 내 당내민주주의는 그 중요성이 더욱더 높아졌음에도 이 조치로 오히려 약화되고 이 조치가 이후 영구적 조치로 고착화되어 당내 다수분파가 소수분파를 연속적으로 배제, 억압하여 당내민주주의를 빠른 속도로 파괴해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조치를 수단으로 1923년 스탈린, 지노비에프, 카메네프 등으로 구성된 다수분파는 레닌의 경고[4]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로츠키 소수분파를 배제하고 이후 스탈린 부하린 다수분파는 지노비에프, 카메네프 소수분파를 배제한다. 다음에는 스탈린 다수분파가 부하린 분파를 배제하여 스탈린분파는 모든 분파를 배제하고 1920년대 후반 당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1920년대 배제된 분파들과 지도적 인물들은 레닌과 똑같이 이 조치가 도입될 당시 이 조치가 갖는 위험성을 철저히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당내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이는 배제된 분파들이 당내민주주의의 파괴가 야기할 위험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여 이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상호간의 노선투쟁(공업화, 부농에 대한 태도 등)에 몰두하다가 자신들이 철저히 무력화된 뒤에서나 뒤늦게 자신들이 당내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단결해야 했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던 데에서 잘 나타난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혁명 발발 당시 가장 민주적인 노동자국가형태를 보인 소비에트는 형해화되고 1920년대 후반 노동자민주주의는 완전히 변질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스탈린과 스탈린 분파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② 10월 혁명의 변질에서 스탈린과 스탈린분파가 한 역할
러시아 10월 혁명의 변질에서 스탈린이 한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스탈린이 당내분파형성권의 일시적 정지라는 조치를 활용, 당내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에 가장 앞장섰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앞에서 언급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계통적으로 당내경쟁분파들을 당으로부터 배제하면서 자신과 자기분파에 당의 권력을 집중해갔다. 스탈린은 뚜렷한 자기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실천한 것이 아니라 당내논쟁을 주로 자신과 자기분파의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당내민주주의를 철저히 파괴하였다. 스탈린은 레닌이 당을 지도했더라면 당내 심각한 이견들에 불과했을 의견들을 적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반당적인 것으로 낙인찍고 이를 주장하는 당원들을 당으로부터 배제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둘째 이유는 스탈린이 당의 관료주의화를 가장 잘 대표하는 자로서 관료들의 이해를 대표하여 이에 박차를 가하였기 때문이다.
이 점 때문에 스탈린은 10월 혁명의 변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로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규정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그 하나는 10월 혁명의 변질에서 특히 20년대 초반에 러시아공산당전반의 오류가 한 역할을 누락시키는 것이다. 이는 10월 혁명 변질의 원인 모두를 스탈린과 스탈린분파에게만 돌리는 것으로 잘못된 것이다. 이런 입장에 빠지면 혁명의 변질이 초래된 원인에 대한 철저한 인식에 이르는 대신 이를 회피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변질의 단초는 이미 형성되었던 것인데 이것이 중도에 교정되지 못하고 스탈린과 그 분파에 의해 회복불가능한 정도로까지 악화되었다. 만약 초기에 러시아공산당내 다수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의식적으로 당내민주주의를 다시 강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면 러시아 공산당은 초기에 자신의 오류를 시정하고 당의 더 이상의 변질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스탈린과 그 분파의 권력이 더욱더 커지면서 오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두 번째 주의해야 할 것은 러시아공산당의 오류가 필연적으로 스탈린의 오류를 만들어내었고 스탈린주의는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공산당의 초기 오류가 주체적인 노력으로 시정될 수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볼세비즘이 필연적으로 스탈린과 같은 자와 스탈린주의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으로 잘못이다.
1920년대 후반 스탈린과 그 분파가 10월 사회주의혁명을 완전히 변질시킨 후에도 이들의 범죄적 행위는 멈춘 것이 아니다. 스탈린은 스탈린분파 내에서조차 배제를 진행하여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지 않는 스탈린주의자들을 배제함으로써 스탈린분파에 의한 당권력의 장악을 넘어서 스탈린 개인에 의한 당권력 장악으로 나아갔으며 강제적이고 유혈적인 농업집산화를 자행하고 숙청을 통해 껄끄러운 고참볼세비키 대부분을 살해하고 역사조차 체계적으로 날조하였다. 또한 일국사회주의론을 통해 노동자국제주의를 왜곡하였으며 코민테른을 소련외교의 하부기관으로 전락시켰다. 스탈린은 러시아공산당에서 당내민주주의를 파괴하였을 뿐만 아니라 코민테른 내에서 민주집중제를 파괴하여 국제적인 사회주의운동을 자신의 자의적인 의지를 실현하는 운동으로 타락시켰다.
③ 스탈린과 스탈린주의 비판
스탈린은 제2인터내셔널의 기회주의와의 철저한 투쟁을 통해 복원된 혁명적 맑스주의를 새로운 형태로 왜곡하였으며 러시아혁명과 제3인터내셔널을 변질시키는 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스탈린주의는 맑스주의의 외양을 취했지만 맑스주의를 철저히 왜곡한 사상체계에 불과하다. 스탈린주의는 어떤 일관된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며 철저히 말과 행동이 괴리된 위선된 체계이다. 이 산만한 체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을 부정하는, 수령중심의 권력체계와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의 합리화이다.
스탈린과 스탈린주의자들은 러시아 10월 혁명을 체계적으로 철저히 변질시켜 관료가 지배하는 공동생산체제에 불과한 유사사회주의체제를 형성함으로써 ‘사회주의’의 이름 아래 반사회주의적인 새로운 지배 억압체제를 만들어내었으며 이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대중사이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위신을 추락시켰다.
결국 스탈린주의적인 유사사회주의체제는 이 체제가 양성해낸, 자본주의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스탈린주의적 관료들의 자본주의적 전변에 의해 노동대중의 아무런 저항 없이 자본주의체제로 전환되었다.[5]
3) ‘현실사회주의’의 성격규정
발족선언문(안)은 20년대 후반 이후부터 붕괴되기 전까지의 소련사회를 ‘관료가 지배하는 공동생산체제’로 규정하고 있다.
① ‘현실사회주의’의 성격규정이 갖는 실천적 의미
–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되었지만 이 붕괴로부터 실천적 교훈을 올바로 끌어내고 실천하지 못할 경우 사회주의운동은 유사한 오류를 미래에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점에서 소련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성격을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 또한 소련사회의 성격규정은 북한사회에 대한 성격규정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올바로 결정하기 위해서도 소련사회의 성격을 올바로 규정하여야 한다.
② 성격 규정을 올바로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법론
– 성격규정을 올바로 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과학적 사회주의에 기초하여야 한다.
– 그리고 과학적 사회주의 중에서도 사물을 ‘구체적, 역사적’으로 바라보는 방법론이 필수적이다. 이는 변증법적 방법론의 핵심적인 내용인데 추상적 도식주의와 몰역사적 태도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 소련사회의 성격을 정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주의’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역으로 사회주의의 상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재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며 대안적인 사회주의상을 정립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예를 들면 기존의 소련사회성격규정 대부분은 ‘경제주의적 사회주의관’에 깊숙이 빠져있어[6] 소련사회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데에서 많은 한계를 보였다. 성격규정을 하는 주체의 시각 자체가 협소한 사회주의관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③ 발족선언문(안)의 소련사회성격규정의 핵심적 내용들
ⓐ 발족선언문(안)은 10월 사회주의혁명이 20년대 후반이후 완전히 변질되어 사회주의사회로 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붕괴 전 소련사회를 여전히 사회주의사회의 일종으로 규정하는 입장(완고한 스탈린주의자들 사이에 이러한 견해가 존재한다. 스탈린주의자가 아닌 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견해가 소수 존재한다.)에 반대한다.
ⓑ 발족선언문(안)은 10월 사회주의혁명이 20년대 후반에 변질의 범위에서 전반적이어서 노동자민주주의가 완전히 변질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관계와 노동과정 역시 완전히 변질된 것으로 판단한다.
– 이런 입장은 소련을 내부에서 비판한 대표적인 인물인 트로츠키가 변질이 국가영역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제한한 것과 차이가 있다. 트로츠키는 소련사회를 타락한 노동자국가로 규정하면서 소련사회가 여전히 노동자국가인 이유를 정치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토대는 생산수단의 국유화가 그대로 유지되어 변질되지 않았다는 데에서 찾는데 이는 과도기 사회와 사회주의사회에서 정치와 경제가 갖는 통일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야기된 오류이다. 트로츠키의 오류는 생산수단의 법적 소유형태가 생산관계를 구성하는 한 요소일 뿐임에도 생산수단의 법적 소유형태로 생산관계전반을 판단한 데에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오류는 그가 자본주의사회에서나 존재하는 정치와 경제의 상대적 자율성을 소련사회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데에 있다. 노동자민주주의의 변질이 곧바로 생산관계의 변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매체 <사회주의자>에 실린 글,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 이러한 이유로 발족선언문(안)은 20년대 후반 이후, 소련사회에서는 정치, 경제(국가, 생산관계) 모두에서 지배피지배관계와 억압이 새로운 형태로 다시 출현한 것으로 판단하며 이 사회에서 노동자, 민중은 명목상의 주체일 뿐 지배와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으로 판단한다.
– 같은 이유로 발족선언문(안)은 소련사회에서 요구되는 것이 단지 정치혁명뿐이고 사회혁명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트로츠키의 실천강령이 기계적으로 정치혁명과 사회혁명을 분리시킨 오류였다고 판단한다. 이미 관료가 국가뿐만 아니라 생산과정도 장악하고 변질시켰기 때문에 정치혁명은 결코 사회혁명과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발족선언문(안)은 지배피지배관계와 억압이 새로운 형태로 다시 출현한 것으로 판단하였는데 그러면 이것은 자본주의적인 지배피지배관계와 억압이었는가? 발족선언문(안)은 이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하고 있다.
– 앞의 노동자국가를 해설하는 부분에서 역사상 나타난 노동자국가의 형태를 다룬 바 있다. 대중들의 투쟁의 창조적 산물인 콤뮨과 소비에트를 살펴보면 노동자국가형태에서 발현된 대중의 창조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미 여기에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들이 노동자계급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인 세력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수단들이 들어있다. 이는 착취와 억압이 새로운 형태로 다시 출현하는 것을 막으려는 대중적 지혜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노동자국가는 대중의 참여를 끊임없이 확대하여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과 동시에 국가가 노동자들의 통제를 벗어나 새로운 지배피지배, 억압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소련에서 발생한 현상은 후자의 양상이었다.
– 발족선언문(안)은 소련에서 다시 발생한 지배피지배관계와 억압을 구체적, 역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를 사회주의가 아니므로 곧바로 자본주의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도식적이다. 이 점에서 트로츠키 생존 시부터 존재했던 소련사회=국가자본주의라는 규정은 전형적으로 도식주의적 관점에서 출현한 주장이다.
국가자본주의론이 갖는 오류는 이미 트로츠키가 비판한 바 있다.
“1. 소련이 국가자본주의 체제인가?
사람들은 종종 익숙하지 못한 현상들에 대해 익숙한 용어를 사용해 곤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소련을 “국가자본주의” 체제라고 부르면서 이 체제가 드러내고 있는 미지의 현상들을 감추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국가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아무도 그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점(利點)을 가지고 있다. 원래 이 용어는 부르주아 국가가 운송수단이나 기업들을 직접 운영할 때 나타나는 모든 현상들을 가리키기 위해 등장했다. 이 조치들은 생산력이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능가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본주의가 현실에서 부분적으로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미 없어졌어야 할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을 부정하는 요소와 함께 계속 존재하고 있다.
물론 자본가 계급 전체가 주식회사를 구성하여 국가를 수단으로 일국경제 전체를 운영하는 상황을 구상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체제의 경제 법칙에는 조금의 수수께끼도 없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자본가는 자기 회사 노동자가 창출한 잉여가치를 직접 이윤으로 취하지 않는다. 다만 일국 경제 전체에서 창출된 총잉여가치 중 자신의 자본 크기에 비례하는 만큼의 잉여가치를 취할 뿐이다. “국가자본주의”가 경제 전체를 지배할 경우 이 이윤균등분배 법칙은 자본들간의 경쟁이라는 우회로가 아니라 국가 회계라는 방식을 통해 직접 그리고 즉시 실현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는 지금까지 존재해 본 적이 없으며 자본가들 사이에 존재하는 심대한 모순 때문에 결코 존재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가 자본주의 소유형태의 보편적 담지자가 되면 사회혁명의 대단히 매력적인 대상이 될 것이다.”[7]
국가자본주의는 자본주의사회나 과도기 사회에서 하나의 우클라드로서는 존재할 수 있지만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자본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모순이 심화되면서 국가자본주의적 우클라드가 확대되어왔다. 과도기 사회에서는 광범위한 범위에서 국가자본주의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에서 국가자본주의가 존재하더라도 이는 사적자본주의에 둘러싸인 섬에 불과하다.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사회는 이미 자본주의가 아니다.
– 자본주의는 발족선언문(안) 1.에서 명확히 했듯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노동력의 상품화를 필수 조건으로 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기본성격을 부정하는 것은 맑스주의의 기본전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국가자본주의론은 소련사회에서 출현한 새로운 지배피지배관계, 억압관계를 구체적,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대신에 혁명의 변질=자본주의라는 도식주의에 빠져 여기에 현실을 억지로 뜯어 맞추려고 하였다. 그 결과 맑스주의의 자본주의적 범주들(가치법칙, 공황, 축적)을 그대로 소련사회에 적용하였다.
이러한 태도와 방법론이 갖는 오류에 대해서는 트로츠키가 이미 잘 지적하였기 때문에 트로트키의 소련사회론의 적절성과는 무관하게 인용해본다.
“물론 교조주의자들은 이 전제들이 도출하는 결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딱부러지는 정식을 좋아한다: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른 것이지 뭐가 이리 복잡한가! 그러나 만약 사회현상들이 항상 완결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사회학 문제들은 확실히 지금보다 더 단순하게 해결될 것이다. 논리적 완벽성을 추구하기 위해 판에 박힌 정식을 구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오늘 이 정식의 내용을 훼손하고 또 내일 이 정식의 내용을 완전히 뒤집어엎을 요인들을 현실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역사상 유례도 없고 유비(類比)도 존재하지 않는 소련 사회의 역동적 성격을 강제적으로 도식에 맞추면서 훼손하려는 시도를 무엇보다도 피했다. 정치적 과제와 더불어 과학적 과제는, 과정이 완료되지 않은 대상을 완벽하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단계들을 예의 주시하면서 그 진보적인 경향을 반동적인 경향과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양자의 상호관계를 드러내어 이후 전개될 사태의 다양한 측면들을 예측하며 이 예측을 통해 행동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다.”[8]
ⓓ 발족선언문(안)은 소련사회를 당시 나찌독일 등과 같이 관료집산주의로 규정한 브루노 알의 입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브루노 알은 소련사회나 독일이나 이미 탈자본주의사회라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주장하며 이들 사회를 관료집산주의사회로 규정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본주의는 이미 자신의 역할을 다하였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이 사회주의 사회를 실현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여 자본주의를 이어 사회주의 사회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관료가 사회를 지배하는 관료집산주의가 출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소련사회나 나찌독일이나 자본주의에 이은 동일한 관료집산주의사회라는 것이다.
“이 새로운 사회체제는 인류역사의 진화에서 기생적인 현상으로 출현한다. 권력은 논리적으로 부르주아지로부터 프롤레타리아트로 넘어가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프롤레타리아트의 정치적 미성숙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그것은 부르주아적이지도 프롤레타리아트적이지도 않은 사회적 통제로 넘어갔다. 부르주아자본가라는 인간은 대규모 생산에서 불필요한 것이 되었고, 자동적으로 내밀린다. 이전의 관료, 부르주아지를 위한 사무원은, 노동조합관료와 전체주의국가의 관료와 동맹하여 새로운 지위를 획득한다. 새로운 계급이 지평선 위에 등장한다.”[9]
브루노 알은 세계사회주의혁명의 일시적 패배와 소련사회의 변질을 일반화하여 관료집산주의를 인간사회발전의 한 필연적인 단계로 규정하고 소련사회와 나찌독일이 이 단계를 입증하는 것으로 주장하였으며 사회주의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단계로 규정하였는데, 이 주장은 주체가 결여된 객관주의적 입장에 빠진 전형적인 예이다. 그는 패배와 변질에 의해 발생한 역사적 현상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단계로 격상시켰다.
ⓔ 관료가 지배하는 공동생산체제는 무한정 지속될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었다. 이 체제의 앞에는, 노동자계급에 의해 타도되거나 새로운 착취, 지배계층이 된 관료 들 중 일부가 자본주의로의 전변을 주도하여 자본주의로 회귀하거나 할 가능성이 열려있었다. 결국 소련은 후자의 길로 들어섰으며 자본주의로 회귀하였다.
3. 현대자본주의의 위기와 자본의 반동적인 신자유주의공세 중에서
1) 전세계적인 자본의 반동적인 신자유주의 공세의 본질 및 그 결과
– 발족선언문(안)은 [Ⅰ]의 1, 2에 기초하여 1970년대 이후 기승을 부린 신자유주의 공세가, 쇠퇴하는 자본주의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다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예외적인 장기호황은 결국 1970년대 초반 이후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장기불황으로 이어졌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자본은 신자유주의공세를 강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공세는 구조적인 장기불황을 극복하는 데에서 실패하였다. 오히려 위기를 더욱더 심화시켰으며 1920년대 후반, 30년대의 대공황이후 최대의 미국발 세계공황을 야기하였다. 신자유주의공세는 자본주의의 쇠퇴하는 성격, 반동성, 기생성을 더욱더 증폭시켰으며 2008년 세계대공황은 이를 대중적으로 입증해주었다. 또한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저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생명유지장치로 연명하던 세계자본주의체제는 2020년에 유례없는 규모의 새로운 세계대공황에 직면하였다.
2) 사회주의는 점점 더 절박한 인류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 20세기 초반 제기된 사회주의냐 야만이냐의 문제는 세계사회주의혁명이 좌절되면서 더욱더 증폭된 문제가 되어왔다. 3.은 이를 다양한 영역(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고용구조가 극히 불안정한 것으로 되고 있는 점, 멸종위기에 몰릴 만큼 생태문제가 심각해진 점,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의 재고조 등)에 걸쳐 폭로하고 있다.
4. 사회주의운동은 새롭게 고양되고 있다. 중에서
4. 부분은 발족선언문(안) 중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주의의 대안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제시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먼저 ‘현실사회주의’의 붕괴가 미친 사회주의운동의 역사적 후퇴를 사실대로 지적하고 이 후퇴가 심대한 것이었지만 결코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시대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사회주의운동은 새롭게 고양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사회주의의 혁신, 현대화의 기본방향과 대안적인 사회주의상을 비교적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1) 발족선언문(안)은 사회주의의 혁신, 현대화방향의 핵심을 현실사회주의의 실패에서 교훈을 끌어내고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생태, 여성, 소수자 문제 등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제기된,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것, 스탈린주의에 의해 왜곡된 맑스주의를 복원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 이중에서 생태, 여성, 소수자 문제 등의 새로운 문제의식을 새로운 사회주의대안에 수용할 때 사회주의적 총체성을 견지해야 한다. 이들 문제를 하나의 부분적 부문으로 사회주의노동운동에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은 이들 문제의 보다 심도 높은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역으로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여러 병렬적 부문중 하나의 부문으로 협소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청산주의를 가져온다. 가령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하나의 예이다.
경제주의, 주체가 결여된 구조주의와 객관주의에 의해 왜곡된 본래의 사회주의의 문제의식, 소외된 노동의 극복, 자연으로서의 인간, 인간해방의 관점은 총체성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수용하는 훌륭한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발족선언문(안)은 대안적인 사회주의의 내용을 네 개 항으로 요약하여 제출하고 있다(아래의 간략한 해설보다 상세한 내용은 매체 <사회주의자>에 실린 기사들을 모은『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 자료집』을 참조하기 바란다.).
①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
발족선언문(안)은 “새로운 사회주의운동은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복원시키고 전면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주의대안을 기획할 때 사회주의운동은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자신의 고유한 본성을 복원시키고 전면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운동의 진행과 함께 점차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사회주의운동의 본래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해방이었다. 이는 ‘노동자계급이, 동시에 사회전체를 착취와 억압과 계급투쟁으로부터 영원히 해방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해방을 이룰 수 없다’[10]는 입장에서 이미 압축적으로 표명되었던 것이다. 이 입장은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과 보편적 인간해방운동의 변증법적 통일을 매우 간명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즉,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은 여전히 ‘특수한 계급’인 노동자계급의 ‘특수한’ 계급투쟁이지만 동시에 노동자계급이 처한 특별한 역사적 위치로부터 모든 착취와 억압, 계급자체의 폐지를 위한 보편적 인간해방운동이기도 한 것이다. 사회주의운동은 계급적 억압, 민족적 억압, 성적 억압 등 일체의 모든 억압에 반대하는 인간해방운동이다.
맑스가 노동의 소외문제를 모든 소외와 전도(국가, 종교 등)의 근원으로 규정하고 소외의 극복을 위해 사적 소유 폐지를 주장한 것 역시 사회주의운동의 기본적 문제의식이 인간해방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준다. 사회주의운동이 주요한 실천과제로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노동자국가의 수립을 설정하는 이유도 그 근원을 파고들면 생산수단의 사회적소유가 노동의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수적이고, 다시 노동자국가의 수립이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실현을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노동자국가의 수립은 인간해방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그 자체가 궁극적 목표인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운동은 이러한 자신의 고유한 본성과 원대한 목표를 이론적, 실천적으로 철저히 복원시키고 전면화해야 한다. 제2인터내셔널 이래 경제주의가 만연하고, 주체가 결여된 구조주의와 객관주의가 확산되면서 사회주의의 내용은 협소해질 대로 협소해졌다.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의 복원과 전면화는 현실의 사회주의운동의 지평과 전망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의 복원과 전면화는 여성문제, 생태 문제, 소수자문제 등 현실에서 새롭게 제기되어온 문제의식을 사회주의운동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론적 틀이 될 수 있다.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이라는 문제의식은 여성억압의 기원에 대한 유물론적 인식과 결합할 때 여성문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운동이라는 문제의식은 생태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서로에게 인간적일 때 인간과 자연 사이의 수탈 관계가 끝나고 인간과 자연사이의 합리적인 물질대사가 가능해지며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 전체와 공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화된 인간, 결합된 생산자들’(『자본론』3권)이 비로소 자연과의 물질대사를 합리적으로 규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②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
‘현실사회주의’의 경험은 생산수단이 국유화된 조건에서 노동자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하고 변질되면 사회주의, 공산주의사회가 발전해가는 것이 아니라 관료가 지배하는 생산체제가 출현하게 될 뿐임을 보여주었다. 생산수단이 국유화된 조건에서 노동자민주주의의 변질은 곧바로 사회전체의 변질을 초래해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전체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체”[11]로 발전하는 사회가 아니라 노동과정은 관료적 전제아래 놓이고 당과 국가, 특히 당이 자립하여 사회전체에 군림하는 사회를 만들어 내었다. 그 결과 지배피지배관계와 억압은 새로운 형태로 다시 출현하였으며 전체주의적 야만이 발생하고 노동자, 민중은 명목상의 주체일 뿐 지배와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이미 앞에서 대략 세 가지 과정의 결합(당의 대리주의적 실천의 강화, 공산당 일당제, 당내민주주의의 제한, 축소, 실종)으로 러시아에서 노동자민주주의가 변질되었음을 살펴보았다. 러시아에서의 경험으로부터 도출되는 교훈은,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의 심화발전 속에서만 발전할 수 있으며 노동자민주주의의 변질은 곧바로 사회주의의 실패로 이어지며 어떤 세력도 노동자계급을 대신하여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없고 민주주의 투쟁 속에서 자치능력을 발전시켜 가는 노동자계급과 민중만이 미래의 사회주의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족선언문(안)은 “노동자 민주주의의 발전과 변질의 방지를 위해서는 콤뮨과 소비에트의 경험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난 노동자통제를 전면적으로 발전시켜가야 하고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끊임없이 확대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만이 자신을 대표하는 자들이 노동자들로부터 분리 독립하여 배신하는 것을 막고 노동자들 스스로가 사회관리의 주체로 나서게 할 수 있을 것이며 사회주의운동이 앞으로 이러한 과제를 얼마나 풍부하게 실천해가는가에 미래의 사회주의의 성공과 발전이 달려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③ 생산과 유통에 대한 의식적 통제
‘현실사회주의’의 지시적, 명령적 경제체제의 대안으로 붕괴이전에 제시된 시장사회주의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시장사회주의는 관료들의 관료주의적 대안이었을 뿐이다. 시장사회주의는 상호 배제하는 요소의 관념적 결합의 산물이며 따라서 작동하기 어렵다. 만약 시장사회주의가 강행된다면 그것은 두 요소의 조화로운 결합이 아니라 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승리,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사회주의시장경제가 가져오고 있는 파멸적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사회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결여하고 있는 시장사회주의론자들은 시장을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와도 결합할 수 있는 어떤 중립적인 조절형태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모순은 단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잉여가치의 착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품생산, 시장을 위한 생산에도 있는 것이며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사회주의는 이 모두를 극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자본론』은 상품분석으로부터 출발하여 화폐, 자본, 잉여가치의 생산, 이윤, 이자, 지대의 분석으로 이어진다. 맑스가 정치경제학 비판을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시작한 것은 모든 자본주의적 범주의 출발점이 상품분석에서 도출된 가치, 가치형태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운동은 상품생산과 유통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또한 본질을 은폐하는 모든 자본주의적 범주의 물신성은(가령 지대가 인간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토지라는 물건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현상하는 것, 이자가 화폐라는 물건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현상하는 것 등) 상품생산의 물신성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다.
상품생산은 생산과 유통이 생산자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생산자들이 이에 지배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상품생산과 유통은 생산자들이 생산과 유통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생산자들이 이에 지배되는 뒤집힘, 전도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부정일뿐만 아니라 상품생산의 부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품생산, 시장과 사회주의의 결합을 주장하는 시장사회주의는 현실사회주의에 존재하였던 지시적, 명령적 경제체제의 대안일 수 없다. 그 대안은 결합된 노동자자주관리체들이 생산과 유통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식적 통제를 실현하는 것이며 이것이 온전한 의미에서의 계획, 민주적 계획이다. 새로운 사회주의는 노동자자주관리체들이 시장을 통해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계획을 통해 결합하게 할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민주적 계획을 과거와 비교하여 더욱더 용이한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④ 노동자 국제주의
발족선언문(안)은 “‘현실사회주의’의 실패로부터의 교훈에서뿐만 아니라, 19세기, 20세기와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의해 현대에 고도로 진행된 자본과 시장 세계화에 따라 노동자국제주의는 사회주의혁명의 사활적 문제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가 입증하였듯이 사회주의혁명은 한나라 혹은 몇 개의 나라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전세계적 범위에서 노동자계급이 승리하지 않는 한, 세계사회주의혁명이 승리하지 않는 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고립된 일국단위의 혁명은 고도로 세계화된 자본주의세계체제에 포위되어 힘겹게 자본주의와 경쟁하다, 결국은 자본주의로의 복귀를 강요당할 것이다. 새로운 사회주의운동은 이 교훈을 철저히 실천에 반영하여야 하며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연대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Ⅱ]
1. 이 부분은 실천적 부분으로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를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은 실천적 부분으로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를 다루고 있다. 먼저 한국 사회에서의 자본주의적 모순의 심화를 지적하고 이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노동자, 민중이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사회주의밖에 없음을 사회주의 대오가 분명히 제시하고 투쟁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요구사항을 27개항의 일반적 요구사항과 16개항의 노동부분 요구사항으로 압축하여 제출하고 있다.
2. 아제국주의
한국자본주의는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종속적으로 연합하며 스스로가 제국주의적인 아제국주의의 길에 들어서있다. 그리고 여기서 획득한 초과이윤을 갖고 소수의 독점 자본은 노동자계급일부와 그 기회주의적 지도부를 매수, 포섭하여 노동귀족화하고 있지만 사회의 다수를 이루는 노동자, 민중의 삶은 더욱더 비참하게 될 것이며 자본주의적 양극화는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3. 단계론의 배격
한국 사회는 이미 사회주의혁명단계에 들어섰다. 고도로 자본주의화한 한국 사회에서 당면혁명의 단계를 사회주의혁명단계로 설정하지 않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태도이다.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인위적으로 혁명의 단계들을 설정하려는 단계론을 배격하여야 한다.
4. 요구들의 수준(최대+과도적+최소 강령)
– 발족선언문(안)에 들어있는 요구들은 최대강령수준의 요구를 기본으로 하여, 과도적 강령, 최소강령적 수준의 요구들이 결합되어 있다.
– 사회주의혁명단계에서 최소강령적 수준의 요구를 요구에 넣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원칙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아직 노동자국가를 수립하지 못하고 있고 세계사회주의혁명이 승리하지 않는 한 사회주의정당의 강령에서 최소강령을 삭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1917년 러시아에서 당강령을 개정하려 할 때 부하린과 스미르노프가 러시아사회민주노동당 강령 중 최소강령 전체를 삭제하자고 주장하자 레닌이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였던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 발족선언문(안)에는 최대강령적 요구를 기본으로 하지만 과도적 요구들도 들어있다. 이점은 발족선언문(안)의 강점이 될 수 있다.
5. 요구별 해설
1)~4)항
– 이 항들은 콤뮨과 소비에트 등으로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국가인 노동자국가를, 요구의 형식으로 제시한 것이다.
9), 10)항
– 이 항들은 전형적인 과도적 성격의 경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12)항
– 모든 토지는 예외 없이 국유화한다. 몰수의 방식에서는 농민소유토지와 생활적인 토지소유는 유상으로 하고 기타의 토지는 무상으로 한다.
13)~15)항
– 농업과 관련한 요구들인데 대규모 농업생산단위는 사회주의적 생산단위로 곧바로 전환하되, 소농과 중농은 ‘현실사회주의’의 교훈을 반영하여 모범과 설득의 방식에 의해 협동조합으로 조직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19)항
– 주택문제의 해결을 위해 1가구 1주택을 초과하여 소유하는 주택은 몰수 한다. 12)항에서 밝혔듯이 토지는 국유화한다. 요구에서는, 몰수의 방식을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유무상여부는 발족선언문(안)의 요구 수준에서 확정하지 않는다.
20)항
– 이 항은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민족자결권확보를 다루고 있다.
21)항
– 통일 관련 요구로 민주적인 사회주의체제로의 통일을 목표로 함을 분명히 하였고 남북사회의 변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양 체제의 변화발전과 접근을 전제로 한 연방제의 과도적 실시를 제시하고 있다.
– 북한 사회는 과거 소련처럼 ‘관료가 지배하는 공동생산체제’ 유형의 사회이다. 차이점은 북한 사회가 가장 타락한 스탈린주의체제라는 점이다. 북한은 수령중심의 체제를 ‘이론화’하는 경지에까지 이른 극단적인 수령중심의 체제이다.
22)항
– 여성문제 요구이다.
23)항
– 성적 소수자 문제 요구이다.
24, 26)항
– 청소년문제와 장애인 문제를 강조하기 위하여 발족선언문(안)에 포함시켰다.
25)항
– 한국 사회는 급속하게 고령화사회가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발족선언문(안)은 노년층의 문제를 포함시켰다.
27)항
– 생태문제 요구이다.
6. 노동부문 요구
4)항
– 4)항의 경우 현재 실시되고 있는 주5일근무제에서 휴일을 확대하는 것과 현재의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를 더욱 확대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Ⅲ]
[Ⅲ]은 사회주의 정당건설을 위한 사회주의 대오의 당면 임무와 결의 부분으로 사회주의 대오 창립이 갖는 사회주의 운동에서의 역사적 의의를 투쟁적 관점에서 제시하였으며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의 문제가 인류생존의 문제임을 재강조하였다. 또한, 사회주의 대오가 한국에서의 혁명적 전통을 계승하여 발전시킬 각오를 밝히고,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연대를 위해 투쟁해 갈 것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대오가 사회주의활동의 전면화에 나설 것이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사회주의 역량을 강화하여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실현할 것이라는 결의를 분명하게 밝혔다.
후주
[1] “제국주의는 죽어가는 자본주의, 죽어가고 있지만 죽지는 않은 자본주의이다. 제국주의의 본질적 특징은 대체로 순수한 독점이 아니라 교환, 시장, 경쟁, 공황과 함께하는 독점이다. 그러므로 교환, 상품생산, 공황 등 전반의 분석을 삭제하고 그것을 전체로서 제국주의 분석으로 “대체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틀렸다. 경쟁으로부터 독점으로의 이행이 있고 그러므로 강령은, 그것이 교환, 상품생산, 공황 등을 포함하고 거기에 성장하는 독점의 특징화를 부가하면 훨씬 더 정확하고 훨씬 더 실제에 충실할 것이다. 사실, 제국주의의 본질인 것은 바로, 적대적인 원칙들, 즉, 경쟁과 독점의 이 결합이고 최종적인 붕괴, 즉 사회주의혁명으로 향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레닌, 「당 강령개정과 관련된 자료들」)
[2] 이에 대해서는 매체 <사회주의자>에 실린 글,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으로서의 사회주의」를 참조하기 바란다.
[3] 소비에트의 형해화와 당의 대리주의적 실천 강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내전 기간 동안 노동자계급이 계급으로서 급속하게 해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혁명발발 시기에 인구의 다수가 아니라 소수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던 노동자계급은 내전기간동안의 희생과, 기근을 피하기 위한 농촌 이주로 계급으로서 해체되고 있었다.
[4] 레닌, 「레닌의 유언장」
[5]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전에 스탈린에 대한 비판이 진행되었다. 1차로 후루시쵸프에 의한 스탈린 비판이 있었는데 이는 그때까지 일방적으로 옹호되던 스탈린에 대한 소련공산당 내부의 최초의 공식적 비판이었기 때문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2차로 붕괴 직전에 고르바쵸프에 의한 스탈린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이 두 비판은 기본적으로 체제의 지배층인 관료에 의한 비판으로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6] 소련을 내부에서 비판한 대표적인 인물인 트로츠키가 소련사회를 비록 타락하였지만 여전히 노동자국가의 성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규정한 기준은 생산수단의 국유화가 유지되고 생산력 발전이 자본주의나라들과 비교하여 우월하다는 점이었다. 트로츠키 역시 노동자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민주주의가 변질되더라도 앞에 든 요건이 충족되는 한 노동자국가의 성격은 유지된다는 입장을 취하였는데 이러한 트로츠키의 기준 설정은 경제주의적이었다.
국가자본주의론자들이 소련사회특유의 특성을 구체적, 역사적으로 밝히려고 하는 대신에 맑스주의의 자본주의적 범주들(가치법칙, 공황, 축적)이 소련사회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집요하게 입증하려 한 것은 이들 역시 경제주의적 방법론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관료집산주의자들이 세계사회주의혁명이 일시적으로 실패하고 소련사회가 변질된 주체적 원인을 규명하고 이로부터 주체적인 대안을 도출하지 않고 자본주의사회 ⇒ 관료집산주의사회 ⇒ 사회주의의 발전 단계를 설정하여 자본주의사회 이후에 관료가 지배하는 사회가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 것 역시 동일한 경제주의적 관점에서 선 것이었다.
[7] 트로츠키, 「배반당한 혁명」
[8] 트로츠키, 「배반당한 혁명」
[9] 브루노 알, 「세계의 관료화」
[10] 엥겔스, 「공산당 선언 영어판 서문」
[11] 맑스, 엥겔스, 「공산당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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