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는 여성억압 속에서 날로 악화되는 여성들의 삶

2019년,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전년 대비 무려 25.5% 증가했다.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2020년에 또다시 전년 대비 16.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20대 남성의 자살률이 2019년에 0.7%, 2020년에 10.2%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그야말로 ‘조용한 학살’이라 할 만큼 급증한 것이다.

이 같은 ‘조용한 학살’의 배후에는 바로 청년 여성들을 포함한 여성 노동자들의 경제적 어려움, 삶의 문제의 악화가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려 왔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경우 그 결과가 해고 또는 계약해지, 독박육아, 경력단절일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여성 노동자들은 자녀를 갖는 것을 포기하고 있으며, 이에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을 기록하면서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는 중이다. 스토킹, 성폭력, 가정폭력, 교제폭력 등 끊이지 않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역시 여성들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독립하려는 청년 여성들은 최소한의 안전성이 갖추어진 주거지를 구하기 위해, 안 그래도 큰 부담이 되는 주거비에 더하여 추가적인 주거비를 지출하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제기하며 싸우자!

이렇듯 여성들의 삶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여성들의 삶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이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제기하며 싸워야 한다.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하고 휴직기간 동안 통상임금 100%를 지급하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직장어린이집 의무화로 보육시설 확충하라!

현재 여성 노동자들이 매우 절박하게 느끼는 문제는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경우 해고 또는 계약해지, 독박육아, 경력단절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여성, 남성 노동자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권리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하는 순간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육아휴직 급여가 턱없이 낮아 육아휴직 사용을 포기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기간은 OECD 평균의 1/6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자녀를 갖는 것 자체를 단념하고 있으며, 이는 극단적인 저출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 남성 노동자 모두 육아휴직을 일정 기간 실제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하지 않는 한 여성 노동자가 임신, 출산을 이유로 사회적 생산에 참여하는 데 불리해지고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게 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모 모두에 대해 일정 기간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휴직기간 동안 통상임금 100%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또한 여전히 노동자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하다.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육아를 담당하는 성차별적 문화가 아직 존재하는 상황에서 보육시설의 부족은 결국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확대하고, 현재 극히 일부 대기업에 대해서만 의무화되어 있는 직장어린이집 역시 모든 사업장에 대해 의무화하여 보육시설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청년 여성들에게 월 20만원 주거안전보조금을 지급하라!

청년 여성들이 겪는 주거안전 문제 역시 심각하다. 청년 여성 1인 가구는 남성에 비해 범죄 피해 확률이 2.3배 높고, 주거침입 피해 확률은 무려 11.2배 높다. 독립을 하려는 청년 여성들은 불법촬영, 스토킹, 주거침입 성범죄 등 주거지 기반 범죄에 대한 불안 때문에 큰길과의 거리, 층수, 방범장치 유무 등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주거공간을 구하기 위해 남성보다 월 17만원 가량 더 많은 주거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미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여 청년들이 천문학적인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 여성들은 주거안전 문제로 인해 남성들보다 더 큰 주거비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여성들에게 월 20만 원의 주거안전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고, 가정폭력 및 교제폭력을 제대로 처벌하라!

나아가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를 제기하며 싸워야 한다. 2021년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스토킹 가해자를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현실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 여성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시대착오적, 여성억압적 관점이다. 나아가 가정폭력 범죄는 ‘가정보호사건’ 송치를 통해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있게 하는 현행법으로 인해 제대로 처벌되지 못하고 있으며, 교제폭력도 여전히 다른 범죄에 비해 가볍게 치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고, 가정폭력 및 교제폭력을 제대로 처벌할 것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자본주의와 싸워야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발전시키자!

그런데 이러한 절박한 요구들을 쟁취하려면 자본주의와 싸워야 한다.

그 이유는 우선 여성들의 삶을 이렇게 악화시키는 주범이 바로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더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등 차별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본가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쉴 새 없이 기계, 사무실을 돌리려고 하는 자본주의에서, 임신과 출산 가능성이 있는 여성 노동자는 중단 없이 일할 수 있는 남성 노동자에 비해 자본가의 입장에서 열등한 노동력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할 권리가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지만 현실에서 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자본가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노동자를 기다려줄 리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성들이 성폭력, 가정폭력 등 각종 폭력적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 역시 자본주의에 있다.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폭력을 겪어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이유,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 속에 계속 머무르거나, 탈출했다가도 결국 다시 돌아가는 가장 큰 이유를 짚어보면 모두 경제적 이유다. 그렇기에 자본주의와 싸워야 여성들의 어려운 삶이 바뀔 수 있고 절박한 요구가 실현될 수 있다.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들을 쟁취하기 위해 자본주의와 싸워야만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러한 절박한 요구들이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 역시 바로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부모 모두에 대해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휴직기간 별도의 상한선 없이 통상임금 100%를 지급하는 것은 여성 노동자가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일터에서 차별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실효적인 조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조치가 시행된다면 현재 극한에 이른 저출산 역시 획기적으로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부모 모두 육아휴직 의무화’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필요한 정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자본가정치세력들은 모두 하나같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이러한 조치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결국 하나다. 바로 이러한 조치가 자본가들의 이윤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절박한 요구가 자본주의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들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으로 발전해갈 때 힘 있게 이루어질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싸워야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 여성들의 절박한 요구를 내걸고 자본주의와 싸우자!

2024. 3. 8.
사회주의정당건설연대